하나은행이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국산 오피스 프로그램인 ‘한컴오피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오는 11월께 금융지주회사 체제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의 이번 한컴오피스 도입은 국내 SW업체한테는 의미가 상당하다고 본다. 그동안 국산 SW 도입에 비교적 미온적이었던 나머지 금융기관이나 대형 수요처의 IT전략 수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나아가 국산 SW의 금융권 진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금융그룹 내 계열사에도 이 제품을 도입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국산 오피스 프로그램의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이를 위해 시스템 적용 연동 테스트를 완료했고 가격과 방식 등을 협의중이다. 하나은행은 이번에 직원 7000명이 사용할 물량을 도입하는데, 연말께 출범할 하나금융지주회사 차원의 도입분까지 합치면 총 1만5000명분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하나은행의 한컴오피스 채택은 국내 SW업체한테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청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국내 SW업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동안 MS오피스가 독주해 왔던 금융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MS오피스를 사용해 오던 하나은행이 MS와의 라이선스 분쟁을 겪으며 특정 업체 제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한컴오피스 도입으로 나타난 것이어서 국내 업체로서는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잘 아는 것처럼 SW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우리가 역점을 두고 육성하는 분야다. 이번 하나은행의 한컴오피스 도입이 국산 제품의 시장 확대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려면 품질과 기술력 그리고 최상의 서비스에서 경쟁 업체보다 우위를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인터넷이나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원천기술이 부족해 국내 시장에서조차 점유율이 낮은 게 사실이다. SW산업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IT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SW산업도 외산 제품 비중이 87%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외산 제품이 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SW산업은 우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의 핵심이다. 더욱이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해지는 이때 SW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경우 산업 고도화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이 SW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영세성과 과당 경쟁, 취약한 수익구조, 요소기술 부재, 핵심기술의 높은 해외 의존도 때문에 많은 업체가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일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다른 금융권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른 은행도 하나은행의 이번 도입 결정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외산 제품을 사용해 온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앞으로 업무 처리에 별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국산 제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제품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투자 확대 등으로 독과점 지위를 가진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산 제품의 성능이 우수하고 기존 업무시스템에 적용했을 때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산 제품 사용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동안 국산 제품의 채택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원천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 사후 관리 등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간 시스템과 업무용 응응 애플리케이션 등도 국산 제품이 채택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