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40만과 4000만

방은주

140만과 4000만. 요즘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장 관심을 갖는 숫자다. 140만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소기업 수다. MS는 PC의 수가 5대 미만인 곳을 소기업으로 보고 있다. PC가 5∼500대인 곳은 중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중기업이 전세계적으로 4000만개 정도 되는 것으로 MS는 파악하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MS는 최근 비장의 새 카드를 내놓았다. ‘다이내믹스(Dynamics)’와 ‘센트로(Cenrtro)’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신제품은 올 가을을 시발로 내년 이후에 전세계 시장에 쏟아진다. 연간 매출이 400억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MS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로 불리고 있지만 아직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는 ‘약자’다. 수년 전 ‘그레이트플레인스’와 ‘내비전’이라는 두 회사를 인수,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매출과 이익 모두 기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 말 끝난 2005 회기에 이 부문 매출은 10억달러도 되지 않는다. MS의 7개 사업부서 중 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의 30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이익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업부서를 총괄하는 올랜도 아얄라 부사장은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MS에 아픈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MS는 ‘다이내믹스’와 ‘센트로’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유례없이 크게 홍보했다. 전세계 기자·애널리스트·고객을 본사인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초청했으며,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개막에 앞서 전세계 주요 고객에게 신제품 소개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MS는 행사 기조연설자로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라는 세계 IT 업계의 두 거두를 동시에 등장시켰다. 중소기업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MS뿐만 아니다. 이미 IBM·오라클·SAP 같은 기업이 이 시장에 확고히 뿌리내리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게이츠와 발머의 동시 출현은 글로벌 컴퓨터업체들이 얼마나 중소기업 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레드먼드(미국)=국제기획부·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