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터넷 사이트 본인확인 의무제와 사업자 주도의 자율규제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제한적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본인확인 의무제’ 도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산업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인터넷업계와 시민단체의 우려로 연내 도입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12일 한국전산원 회의실에서 개최된 ‘익명성에 의한 폐해 최소화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 대책토론회’에서 정보통신부는 지난 2개월간 진행해온 ‘인터넷 익명성 연구반’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이르면 연내에 제한적인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한적 실명제는 일정 규모 이상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에 대해 본인 확인과 실명 추적이 가능하도록 의무화하는게 골자. 이를 위해 정통부는 신뢰성 있는 본인확인 시스템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기업의 자율규제 촉진’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작업도 벌일계획이다. 기업자율규제안에는 △사업자 책임한계를 규정하고 준수 정도에 따라 면책 및 불이익을 주는 인터넷기업 행동강령 등록제 △문제가 제기된 정보에 대해 접근을 임시 차단하고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 가처분 제도 △명예 훼손 등 인권문제 발생시 법적 판단에 앞서 신속한 구제여부를 판단하는 이용자 참여형 인터넷이용자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이 포함된다.
◇본인확인 의무제 논란=일정 규모 이상 사이트에 대해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제한적 실명제 도입에 대해 관련 업계는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내세우며 반발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사무국장은 “자발적으로 유연성있는 본인확인과 정부의 의지대로 의무화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본인확인 의무제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본인확인시스템을 마련하는게 먼저”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인확인 의무제는 서비스 유연성을 침해하고 자율규제 열의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자율규제의 법적근거와 이에 따른 면책 가능성 등을 포함해 자율규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전망=토론회에 참석한 시민·기업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의 역기능이 단지 익명성 때문만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보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역기능은 익명성보다는 인권에 대해 무감각한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원인”이라며 익명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방안에는 시민단체의 의견수렴은 빠져 있어 이제 막 공개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정부의 실명제 도입은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