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금융 IT 아웃소싱](1)2조원 시장 열린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금융권 IT 아웃소싱 현황(2005년 기준)

IT 업계 ‘철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금융 부문에서 IT 아웃소싱이 꿈틀대고 있다. 업종 특성상 가장 보수적인 금융권이 컴퓨팅 분야의 선진 트렌드인 IT 아웃소싱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가히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온다. 더욱이 금융권이 컴퓨팅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 성장과 지형 변화를 좌우하는 핵심 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권 아웃소싱은 3∼4년 전부터 조짐을 보여왔지만 그동안 물밑에서 검토하거나 사전 영업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초부터의 행보는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움직임은 지루한 협상 수준을 넘어서 시장이 열리는 서막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금융권 아웃소싱 시장을 둘러싼 관심사와 국내 IT 업계 지형 변화에 미칠 영향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제2 금융권 스타트=올 상반기 알리안츠생명보험과 AIG손해보험이 각각 한국IBM, 한국HP 등과 아웃소싱 계약을 하며 올해 금융권 아웃소싱 시장의 문을 열었다. 작년 8월 한국HP를 아웃소싱 파트너로 선정한 신영증권에 이어 연속으로 이어진 사례다.

 다음 순번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 6월 동원증권과 한투증권이 합병, 새롭게 출범한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주전산센터 아웃소싱을 두고 사업자 선정을 진행중이다. 서비스 가격 문제 때문에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아웃소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은 이미 확고한 상태다.

 국내 빅3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교보생명도 아웃소싱 전략을 공식화했다. 내년 1분기까지 일정으로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으며, 현재 삼성SDS·LG CNS·한국IBM·EDS코리아 4개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중 은행도 적극 검토=‘빅 5’에 속하는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우리은행의 아웃소싱 타당성 검토에 나섰다. 이미 3개월여 전에 한국IBM·액센추어·EDS코리아 등 외국계 IT 기업에 아웃소싱 컨설팅 제안서를 발주, 1차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아웃소싱을 추진해온 외환은행의 경우 외국계 기업 A사가 유력한 아웃소싱 후보자로 낙점돼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은행도 주택은행 합병 이후 종암동 전산센터 매각을 포함해 재해복구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아웃소싱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제는 때가 됐다=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금융권이나 컴퓨팅 업계는 모두 ‘때가 됐다’는 반응이다. 시중은행의 사전 검토와 ‘스터디’ 아웃소싱 도입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아웃소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시작했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이런 분석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권으로 유입된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이 얼추 마무리됐다는 객관적인 조건이 형성됐다는 데서 비롯한다. 특히 조직을 정비한 금융권들이 IT 자회사를 만들면서 IT 부문을 아웃소싱하기 적합한 구조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SI 업체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IT 전문 조직을 만들 당시 일차적으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IT 인프라 통합을 부각시켰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아웃소싱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으로 볼 만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IT 투자 비용 부담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간 4000억원 안팎의 IT 비용을 들이는 대형 은행의 연간 이익이 6000억원 이라면 IT 비용 1000억원을 줄이는 게 이익 몇백원을 창출하는 것보다 쉽다는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업계에서는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른 외국계 자본이 주도하는 국내 금융 시장에서 선발 한두 업체가 아웃소싱을 전략적으로 도입할 경우 이후 시장 확산은 ‘터진 봇물’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 IT 전체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 정도며 이 중 IT 아웃소싱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혜선·이정환기자@전자신문, shinhs·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