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백의 武林紀行](24)기력으로 초인적 능력 발휘

무협은 무술과 협객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한 중국식 뻥이다. 이 중 무술에 대한 중국식 뻥의 핵심은 기공과 투로라는 개념, 혹은 존재에 있다.

기공이란 기를 수련해서, 혹은 기를 모아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데서 성립되는 수련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고, 그걸 인간이 인위적으로 모아서 원하는 대로 다루는 게 가능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혹은 믿어주는-그래야 재미있으니까- 세계가 무협의 세계다.

그러므로 무협세계에서의 무술은 기공과 결합하여 무공이라 불리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기공은 기를 수련하는 수련법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내공을 쌓는다고도 하기 때문에 내가기공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23회에서 밝혔듯이 기공에는 내가기공 뿐만이 아니라 신체의 단련을 추구하는 외가기공도 있다.

외가기공을 수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23회에서 설명했으니 이번 회에는 내가기공을 수련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기로 한다. 일반적인 무협의 세계에서는 내가기공이 주류고 외가기공은 아주 예외적인 것이거나 심지어 사도, 마공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진정한 고수는 신체의 단련이 아니라 내공 수련을 통해 가능하다는 전통적인 신념 때문인 듯하다.기를 수련하는, 혹은 내공을 쌓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움직이지 않고 하는 정공(靜功), 움직이며 하는 동공(動功), 그리고 약을 먹는 연단술(鍊丹術)이다. 흔히 단전호흡이라고 부르는 기수련이 정공의 대표적인 수련법일 것이다. 문파에 따라 방법은 다르지만 단전호흡은 가장 기본적인 기 수련법으로 꼽히며, 운기행공(運氣行功), 운기조식(運氣調息), 운기토납(運氣吐納) 등으로 불린다.

단전호흡은 국내에서는 좌선한 형태로 하는 것이 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자세로 가능하다. 형의권에서 수련하는 참장은 말뚝처럼 서서 내공을 수련한다는 뜻의 단어인데, 사실은 기마세, 즉 말을 타듯 선 자세로 내공을 수련한다. 이 외에도 문파에 따라서는 한 발로 선 자세, 심지어는 물구나무 선 자세로 수련하기도 한다.

동공의 가장 대표적인 수련법은 나한십팔수와 팔단금, 그리고 팔괘장의 주권이다. 나한십팔수는 달리 나한십팔권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유명한 달마역근세수경으로부터 전해졌다는 전설이 있는 권법이다. 그런데 이 나한십팔수로 오늘날 전해지는 것을 보면 태권도나 당랑권처럼 싸우기 위한 기술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한십팔수의 제 1초인 위타헌저에 대한 아래 동작 설명을 읽어보라.

“양쪽 팔꿈치를 구부리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둔다. 손목을 구부려 손바닥을 세우고 손가락 끝이 위를 향하도록 하여 양 손바닥이 마주보게 한 다음 손을 마주잡는다. 흡기시에는 양손바닥을 밀어 손가락 끝이 바깥쪽을 향하도록 하고, 호기시에는 방송하며 손을 마주잡는다.”

흡기란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고 호기란 내 뿜는 것을 말한다. 즉 호흡을 통해 내공을 수련하는 것이 주목적인 동작이다. 하지만 나한십팔권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실전에 사용되는 권법으로 전해지는 것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팔단금은 소설 속에서는 주로 무당파의 무공으로 등장하는 수련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림권 계통의 문파들에서 전해져 오는데, 소림권은 외가권으로 알려져 있고 이 팔단금은 내공수련법이니 무당파 쪽이 더 어울린다.

사실 현대에 전해지는 중국무술의 대부분은 소림권 계통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소림사에서 발생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후세에 탄생한 무술이지만 원류를 소림사로 소급함으로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설명에 의하면 ‘팔단(八段)이란 여덟 마디, 여덟 가지란 뜻이고, 금(錦)은 여러 빛깔 실로 짠 비단으로 매우 아름답고 귀함을 말한다. 그러므로 팔단금(八段錦)이란 여러 빛깔 실로 짠 비단처럼 아름다운 여덟 가지 움직임이다. 팔단금(八段錦)은 발단근(拔斷筋)이라고도 하는데 뽑아 잡아늘이고(拔) 끊어(斷) 정(定)한다는 뜻으로 온 몸 힘줄을 당기거나 늘려 역근(易筋)하고 뼈를 바로 잡아 환골(換骨)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 1초인 양수탁천이삼초(兩手托天理三焦)에 대한 동작 설명을 보자.

1) 자연스레 서서 두 발은 어깨넓이로 벌리고 두 손은 자연스레 내려뜨린다.

2) 두 손은 무얼 쥐듯 손가락을 마주해 배 앞에서 가슴 앞까지 들어 올리는데, 손바닥을 돌려 아래쪽으로 한 뒤 두 팔을 안으로 돌려 두 손이 위를 받쳐 밀어 머리 위까지 팔을 충분히 펴 하늘을 받쳐 밀듯하면서 발뒤꿈치를 들며 들숨을 쉰다.

3) 두 팔을 밖으로 돌려 손바닥이 몸 쪽으로 오게 하여 몸 앞을 따라 내려 몸 옆까지 오면서 발뒤꿈치를 땅에 내리며 날숨을 쉰다.

4) 이와 같이 6번 한다.

팔괘장의 주권(走圈)이란 일정한 크기의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면서 내공을 수련하는 것을 말한다. 보법은 진창길을 걸어가듯 발을 끄는 창니보를 취하며 상반신의 자세에 따라 정팔장과 반팔장이라는 열여섯 가지 투로가 있다. 동해천 조사의 유훈에 의하면 매일 두 시간씩 주권을 돌면 삼년 뒤 소성, 십년 뒤엔 대성한다고 한다.마지막으로 연단술을 통한 내공수련도 있다. 이건 한 마디로 약을 먹어서 내공을 쌓는다는 것인데 주로 수은과 납을 사용한다. 당연히 수은중독, 납중독의 위험이 있다. 고대 중국의 제왕들이 불로불사를 위해 주로 사용한 방법이 바로 연단술인데,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수은중독으로 일찍 죽은 경우가 많았다니 웃지 못 할 일이다. 하지만 현대에도, 그것도 한국에서도 아직 수은이나 유황 등을 사용해서 연단을 시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니 더욱 재미있다.

이런 수련법들이 모두 내공수련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가부좌해서 명상에 잠기는 식의 수련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내공수련의 효과에 대해 사실 필자는 잘 모르겠다. 분명히 효과가 있으며, 무협소설에 나오는 그런 위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비한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걸 눈으로 확인한 일이 없으니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단지 무협의 세계란 그게 사실이라고 믿어주고,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렇다고 쳐주고 즐기는 세계라는 것은 확실하다.무협작가로 ‘대도오’, ‘생사박’, ‘혈기린외전’ 등의 작품이 있다. 무협게임 ‘구룡쟁패’의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제작하는 인디21의 콘텐츠 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좌백(佐栢) jwabk@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