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이영희 정부통합전산센터추진단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510/051007111249b.jpg)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영희라는 사람입니다. 미리 밝혀드리지만 남자입니다. 여자인지 아셨다고요? 이해합니다. 참고로 제 아내 이름도 ‘영희’입니다. 다행히 여자랍니다.
먼저 말해둘 것이 또 있네요. 이 글은 제가 쓴 게 아닙니다. 며칠 전 평소 안면 있던 전자신문 기자와 점심을 같이했는데, 밥 먹으면서 나눈 얘기를 굳이 기사로 쓰겠다지 뭡니까. 고약스럽지만, 독백체 인터뷰의 첫 주인공이라나요.
저는 정보통신부가 주무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추진단의 단장으로 있습니다. 지난 2월 민간 공모를 통해 선임됐으니, 팔자에 없는 공무원 생활도 어느덧 8개월째 접어듭니다. 추진단은 센터의 정식 출범에 앞서 리모델링 공사와 각 기관의 각종 전산장비의 이전 등의 업무를 맡는 한시 조직입니다. 따라서 이달 중순께 정식 출범 예정인 센터가 차질없이 가동에 들어가면 제 역할도 끝나는 셈입니다.
아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현대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현대맨’입니다. 현대정보통신에 있을 때부터 전산통합은 제 전공 중 하나였지요. 그래서 선뜻 단장직에 응모하기도 했습니다만, 각오했던 것보다 그간 8개월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지난 2월 말 단장에 부임하고 보니 이전 기관별 자료조사가 전혀 돼 있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이전 대상서버나 인력 등에 관한 조사자료는 1년 전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당시의 것이 전부더군요. 특히 지난 4월께 제1센터가 입주하게 돼 있는 대전 KT연구소의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로부터 10월 중순에나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공문을 받았을 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일정상 리모델링이 늦어도 8월 말까지는 끝나야 센터 구축에 차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대전으로 내달렸습니다. 일단 공사를 맡고 있는 KT 측과 담판에 들어가, 만약 8월 말 완공이 안 되면 단장직을 당장 그만두겠다는 협박(?)을 하곤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날 밤새 혼자 끙끙 앓다, 결국 다음날 결근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현대건설 재직 당시 저는 건설공정을 짜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 계산상 다소 부담은 되나 8월 말 완공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장관 보고나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8월 말 리모델링 공사 완료, 9월 초 기관 입주 시작이라는 시나리오를 공식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만약 약속처럼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이제 와 얘기지만 그런 사실을 눈치라도 챘는지, 당시 이 기자양반은 ‘4월의 잔인함’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저와 추진단이 처한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대더군요. 다행히 공기는 맞춰졌고 모든 이전계획도 예정대로 추진중입니다.
“또 하나의 대사건이 있지 않았냐.” 이 기자양반, 작정한듯 ‘난폭한’ 질문을 토해냅니다. 예, 맞습니다. 올해 음력 5월 21일, 그러니까 지난 6월 27일이었군요. 제 생일이기도 했던 이날을 저는 평생 못잊을 겁니다. 그 유명한 ‘사업자 선정 번복사건’이 일어난 날이니까요. 심사과정상 예규 해석 잘못으로 점수계산이 잘못돼 구두통보한 선정업체가 하루밤새 뒤바뀐 것입니다. 그날 밤 9시 TV뉴스의 제목은 ‘산수도 못하는 정통부’였습니다.
그 일로 국무조정실이 감사를 나왔고 결국 저와 담당 팀장이 주의조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사를 나온 감사반도 추진단의 과오 인정과 이후 신속한 사후조치는 적절했다고 평했습니다. 그 덕인지 담당 사무관 이하 직원들의 문책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추진단 내 분위기는 급반전해 지금까지 전 직원이 똘똘 뭉쳐 불가능해보였던 많은 일을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단장직에 응모해 면접시험을 볼 때 어느 면접관이 “민간인이 공무원 조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신 게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솔선수범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일견 상투적인 대답같지만 저에겐 절실한 말이었어요. 현대에 있을 때도 전 항상 앞장서려 했습니다. 그러면 굳이 날 따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저는 경험으로 압니다. 사업자 번복사건을 겪으면서도 감사반에게 딱 하나 요구한 것은 실무 직원들의 면책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달 중순이면 ‘실업자’가 됩니다. 제 오랜 샐러리맨 경험상 월급쟁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열심히 일했으면, 그 다음엔 한 발 물러나 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 리듬을 잘 타는 사람이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자해지라고 하나요. 어떤 형태로든 센터의 자리매김에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일을 계속 맡게 될 듯합니다. 정확한 역할이나 자리는 현재 정통부에서 마련중인 것으로 압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늘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정부 정보화담당 공무원들에게 일종의 부채감 같은 게 있습니다. 센터는 이들에게 비전과 자긍심을 줄 수 있는 새 보금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제 온 힘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 놓을 거니까요.
◆이영희 단장은 누구
-1952년 부산 출생
-1970년 부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79년 해군 전산장교 예편
-1979∼1983년 현대건설 전산담당
-1983∼1997년 현대전자 정보시스템사업본부 SI사업 기술·영업담당 이사
-1998∼2002년 현대정보기술 정보서비스사업본부장 전무이사
-2003년∼2005년 2월 e컨설팅 대표이사
-2005년 2월∼현재 정보통신부 정부통합전산센터추진단장(2급)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