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한글창제 559돌째를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1926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년)을 기리기 위해 조선어연구회가 11월 4일(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정인지 서문에서 음력 9월 상한으로 반포일이 확인됐고, 상순의 끝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오늘날의 한글날로 확정했다.
한글이 갖는 의미는 실로 대단하다. 창제 목적부터 다르다. 말하고자 함이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임금이 만들었다. 백성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다. 전 세계 언어 중 창제 목적과 창제 시기가 분명한 유일한 언어다. 제자 원리에선 과학이 보인다. 소리의 종류와 조음방법 및 구조에 따라 글자 모양이 체계화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학 게리 레드야드 교수는 한글을 두고 “글자 모양과 기능을 관련시킨다는 착상과 실현 방식에 경탄을 금할 수 없으며, 세계 문자 역사에서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찬탄했다. 글자 모양 자체가 소리와 관련된 조음기관을 본떴다는 것은 견줄 데 없는 ‘언어학적 호사’라고까지 극찬했다. 영국 리스대학의 제프리 샘슨 교수는 한글을 ‘인류가 축적한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라고 했다. 지난 1997년 10월엔 유네스코가 우리 훈민정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세계가 찬사와 갈채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은 역시 간결하고 배우기 쉬운 한글의 위력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한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런 세계 문화유산이다. 세계 5000여 언어 중 한글은 8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10위권의 대단한 언어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글날을 놓고 국경일 편입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로 정해져 있다. 개천절을 제외하곤 죄다 역사적 근거 기준이 100년을 넘지 못한다. 9회갑을 훌쩍 넘긴 한글이 역사나 의미 면에서 전혀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실로 황당한 일이다.
한글날은 한동안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국가공휴일로 취급돼오다 1991년부터는 그 지위마저 격하돼 단순기념일로 전락했다. 한글날의 휴일 여부를 떠나 일제에 의해 말과 글을 빼앗겨 울분을 토했던 우리가 한글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컴퓨터산업부·최정훈차장@전자신문,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