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건전한 게임문화를 형성하자](https://img.etnews.com/photonews/0510/051007020734b.jpg)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으나 봄 같지가 않다)’. 한나라 때 흉노에 시집간 중국 4대 미인 왕소군을 노래한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지금 게임산업을 보면서 이 고사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분명 게임산업은 양적·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며 봄을 맞고 있음이 틀림없다. 1700만에 이르는 온라인 게임 유저가 존재하고 2003년 기준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이 31%에 이른다. 게다가 프로게이머는 이제 청소년에게 선망의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일부 청소년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아이템 현금 구매가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건강한 여가 선용으로서 게임 문화에 대한 관점에서라면 아직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없는 듯하다.
이런 골치 아픈 문제에 답하기 위해 제도적인 조치를 포함, 다양한 가능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중독 등 문제들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 역시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려우며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또 그 근저에 ‘게임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전히 뒷맛이 씁쓸하다.
오히려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은 게임의 순기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더는 유치한 장난감이 아니다. 즐거움의 추구라는 단순한 여가 수단을 넘어서서 놀이 문화를 변화시키며 세대 간에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아가 교육적인 콘텐츠를 보강함으로써 훌륭한 학습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른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이러한 호응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의 규모는 이제 연 1조원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으며 미래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우리나라 성장 동력의 중추로 부각되고 있다. 요는 부정적 측면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잘 활용함으로써 창출할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 역시 그만큼 주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방식 역시 다양한 주체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모색되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게임 업계가 책임을 느끼고 자율적으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 학교의 교육 등 다각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자율을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정부와 게임 업계가 힘을 합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게임 역작용의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자정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넥슨은 게임 내에 ‘자녀사랑 캠페인’이라는 이름의 장치를 마련, 부모가 자녀의 게임 사용 시간 및 그 내용을 자세하게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노력은 업계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준비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차 강조하자면 이러한 노력은 가정과 학교 등 여러 곳의 관심이 모였을 때에만 진정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게임의 역작용에 관심을 갖고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은 응당 바람직한 일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취지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작용을 뿌리뽑는 작업은 어느 한 주체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가 더욱 넓고 큰 차원에서 공론화되어야 그 실마리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게임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건전한 게임문화 육성을 위해 사회 각 주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언제까지 ‘춘래불사춘’에 머무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정주 넥슨 사장 ceo_nx@nex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