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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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⑬

◆엠텍비젼 이성민사장

 “저에게는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습니다. 절친한 대학 친구가 6살배기 자기 아들이 성장하면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해 달라고 해서 좋다고 했습니다. 물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엠텍비젼을 최소한 20년 이상 존속시켜야 하지요.”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43)이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목표는 ‘매출 1조원 달성’이다. 이제 20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벌써 1조원을 생각하는 것은 기업이 매출 ‘조’ 단위를 넘어서야 외부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매출 1조원 벽을 넘어설 것입니다. 그리고 이 벽을 넘으면 우리 직원들은 모두 엠텍비젼이라는 울타리에서 생활 수준을 유지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요.”

 이 사장과 엠텍비젼은 수많은 ‘최초’ 수식어를 만들며 발전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내외장형 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CCP), 국내 최초 메가픽셀급 칩 개발, 국내 최초 3D그래픽 칩 개발 등이 그것이다. 서강대에서 반도체공학을 전공한 이 사장은 89년부터 98년까지 LG반도체에 근무하면서 이미지센서와 카메라 칩에만 매달려온 속칭 ‘꾼’이다.

 “학창시절 친구 어머님들은 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항상 조용하고 모범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이 이유였지요. 그래서인지 나를 아는 사람들은 사업을 한다는 것을 매우 의아해 합니다. 가끔 언론에 이름이 나와도 ‘난 동명이인인 줄 알았는데 너 였니?’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실 이 사장 자신도 사장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자신이 만든 것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한다.

 “내가 나를 평가해도 주변을 확 장악하는 리더십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이 솔선수범이라 내가 움직이고 모범을 보이면서 직원이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 이런 내 나름의 리더십이 엠텍비젼을 끌어오면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대·중소기업 상생 대통령보고대회 때 청와대에 들어간 중소기업 대표 가운데 한 명이다. 주변에서 보는 엠텍비젼에 대한 평가와 기대는 이처럼 높지만, 정작 이 사장은 아직 자신은 그런 자리에 갈 만한 자격이 없으며 사회와 고객을 위해 좋은 부품을 개발하는 일에나 전념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우리 직원들은 반도체 산업 역사, 정확히 SoC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 그리고 우리나라의 모바일 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세계가 놀랄 만한 시스템반도체 모델이 조만간 탄생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전세계의 많은 첨단 기술이 실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시장규모에 한계가 있는 테스트베드일 뿐이라고 폄훼하지만, 이 같은 실험과 경험이 축적되다 보면 디팩토 스탠더드 제품이 나오고, 그 제품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에서 세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벤처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벤처는 어떤 기술을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 쓰임새를 산업에 적용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는 산업 중심의 노하우가 없지만, 한국은 그것이 발전돼 있고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산업입니다.”

 이 사장은 국내 팹리스들이 선의의 경쟁 속에서도 서로 융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 요소 요소에 필요한 기술을 큰 그림에 따라 개개 기업이 개발하고, 향후 이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팹리스 설계업체 가운데 누군가가 이미 개발한 기술은 가능한 한 그대로 채택해 발전시킴으로써, 중복 개발에 따른 국가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이미 일정 규모에 이른 외국계와 대기업과의 경쟁 때문에 한국 팹리스 벤처들은 곧 망할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텍비젼은 이 정도까지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력과 기술력을 생각할 때 앞으로도 자신이 있습니다.”

 이 사장은 엠텍비젼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연구개발(R&D) 인력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임직원 223명(2005년6월 현재) 중 연구개발 인력은 129명으로 총 임직원의 약 58%를 차지한다. 또 총 매출액의 10% 수준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개발 인력 양성 및 지원은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이 사장의 신념이다.

 엠텍비젼은 비공식적이지만 내부적으로 2009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책정해 놓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 이 회사는 ‘국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로 달려 나가고 있다.

 “캐나다·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거점에 R&D센터 및 지사를 확충할 생각입니다. 이제 또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세계와 경쟁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이 사장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10년 후 모습을 그려보며, 그 모습을 구체화해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인지 ‘10년 후 엠텍비젼의 모습’을 묻는 갑작스런 질문에 마치 준비된 듯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10년 뒤에도 엠텍비젼은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존재할 것입니다. 또 지금 평직원들이 작은 별도 연구실(사무실)에 앉아 후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을 겁니다. 제품군에 따라 일본·중국·유럽 등으로 개발거점이 특화돼, 한국 본사가 리드하고 있는 디팩토 스탠더드에 맞춰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엠텍비젼 직원들은 높은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고 있을 것입니다.”

◆엠텍비젼 어떤 회사

 엠텍비젼(대표 이성민, http://www.mtekvision.com)은 국내 최대의 팹리스 기업으로, 카메라폰에 내장되는 카메라 관련 핵심부품인 ‘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CCP)’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2004년 기준 국내시장 64%, 세계시장 21%의 점유율로 세계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R&D 중심 기업이다.

 엠텍비젼은 국내 최대 휴대폰 개발업체인 삼성전자·팬택앤큐리텔 등의 카메라폰 개발업체들에 ‘CCP’ 및 ‘모바일 멀티미디어 플랫폼(MMP)’을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 및 제품 기술 지원으로 해외 휴대폰 제조업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엠텍비젼의 주력 제품은 카메라폰의 이미지 관련 기능을 통제하는 ‘CCP’·광학줌·오토포커스 등의 기능으로 카메라폰을 디지털 카메라 수준까지 발전시킨 ‘카메라 시그널 프로세서(CSP)’로 이루어진 ‘모바일 카메라 프로세서(MCP)’와 3D 그래픽·MPEG4·영상통화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의 카메라폰을 지원하는 ‘MMP’, 이미지 센서 등으로 구성된 ‘머신 비젼 플랫폼(MVP)’이다.

 엠텍비젼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카메라폰용 내·외장형 ‘CCP’를 자체 개발했으며, 이를 삼성전자 및 팬택앤큐리텔 등에 공급해 카메라폰 핵심 부품 국산화를 이루어 왔다. 또 2004년 3월부터는 국내 최대의 MP3플레이어 개발업체 레인콤에 ‘CCP’를 공급해 제품 판매 채널의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엠텍비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CCP’에서 더욱 진보된 ‘MMP’를 대거 출시했다. ‘MMP’는 향후 멀티미디어폰의 발전 방향인 3D 그래픽과 영상통화 등의 MPEG4 기능 등을 탑재한 제품으로 기능 및 속도, 크기 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