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리바다의 고민

정진영

 저작권법 망을 피할 수 있는 ‘완전 개방형 P2P 배포 선언’에서 ‘배포 철회 발표’까지. 지난 일주일 사이에 소리바다 양정환 사장만큼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 어떤 이는 “양 사장이 음악 권리자들에게 굴복해 말을 바꿨다”고 비난하고, 어떤 이는 “완전 개방형 P2P 배포 선언 자체가 애초부터 엄포에 불과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소리바다가 공식 보도자료에서 밝힌 ‘완전개방형 P2P 배포 방침 철회 이유’는 ‘현재 소리바다 P2P 유료화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불과 일주일 전 ‘완전 개방형 P2P 배포’ 계획이 과거 순수했던 공유정신을 되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P2P 유료화 협상’을 배포 철회의 공식이유로 내세우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네티즌의 비난을 무릅쓰면서 서둘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권리자들의 입을 막은 것은 역시 ‘사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정환 사장 개인적으로는 “모든 P2P를 막을 수도 없고, 또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개방형 P2P 프로그램을 배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0억원을 투자받고 수십명의 식구가 딸린 회사 ‘소리바다’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양 사장은 이제 ‘음악을 통해 돈을 버는 사업가’와 ‘여러 사람과 음악을 나눠 듣기 좋아하는 한 명의 인간’ 사이에서 고민할 때다. P2P 유료화를 선언했지만 ‘자유로운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P2P와 만인이 인정할 만한 합법적인 사업을 연결하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권리자들은 P2P에서 공유되는 모든 파일에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을 채택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P2P의 가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업가’ 쪽을 택한다면 경우에 따라 P2P에 대한 미련을 과감하게 포기할 필요도 있다. 양정환 사장과 소리바다를 지금까지 키운 것은 분명 P2P지만 지향점이 어디냐에 따라 P2P는 하나의 옵션이 될 수도 있다. ‘공유 정신’과 ‘사업’ 사이에서 줄타기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