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고 시장은 고급형과 보급형 제품이 확실하게 구분됐다.
제품 소비에 구매자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그대로 반영되는 ‘제품=소비자’라는 특징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경제적 위치나 소비자 기호에 따라 고급형과 보급형을 구분해 구입하는 경향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국내 소비경제가 침체하면서 구매자의 계급적·계층적 소비성향이 극단적으로 벌어진 데 기인한다. 이는 바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 정보단말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휴대폰’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계급장’이 됐다.
광고는 광고주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광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제품·서비스·아이디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전달 활동을 의미한다. 광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계층을 취사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광고주 몫이다. 명품 마케팅을 하거나, 중저가 보급형 제품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의 전략인 셈이다. 전략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그 계층을 공략하는 것은 기업의 활동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다.
올해 광고시장에서 이처럼 계층과 계급을 부각시킨 것은 단순히 특정 계층만을 겨냥한 마케팅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 구매 성향을 넘어 보급형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까지 고급형 제품으로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 숨어 있다. 명품을 소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명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누를 수 없는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다. PDP·LCD 등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과 드럼세탁기, 대용량 양문형 냉장고, 에어컨 등 고가의 제품군 마케팅전략은 ‘구매할 수 없지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 욕망에 터를 잡고 있다.
본지 광고대상을 수상한 삼성전자의 ‘밝은 곳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는 영상부문 최고 권위를 가진 임권택 감독의 이미지와 명품을 조합시켰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 ‘따져볼수록 역시, 휘센이죠’는 고급형 에어컨을 지향하는 소비자를 향해 ‘기왕이면 좋은 제품을 구입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명품을 소유했다는 자부심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유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통적인 광고 기법 중 하나인 휴머니티도 여전히 강세였다. 휴머니티는 15∼16세기 중세 신학 중심의 학문체계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현상. ‘보다 인간다운 학문을’ 강조하는 휴머니티는 권위에 소외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소비자의 욕구를 읽은 광고계의 카드였다. 계급·계층적으로 세분화되고, 또 다양한 기술과 문화가 복합화되는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에 기본이 ‘휴머니티’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간을 위할 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을 광고인들은 틈만 나면 강조했다. 광고인에게는 휴머니즘은 17, 8세기 근대화를 이끌던 원동력이자, 21세기 과학기술에 따른 인간 소외를 치유할 수 있는 ‘믿음’인 셈이다.
광고 본상을 수상한 KT의 ‘Life is wonderfull’,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는 좋은 본보기였다. 최근 급부상한 팬택 계열 역시 ‘팬택의 약속은 지켜집니다’로 인간 중심의 기업임을 강조했고, 한국오라클은 소외된 대기업을 겨냥해 ‘중소기업을 위한’ 이미지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앞서 말한 대로 올해 광고의 경향은 계층과 계급을 구분하는 기업의 타깃 마케팅 전략과 인간 소외를 치유하는 휴머니즘 전략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두 가지는 근대화와 자본주의를 이끌어낸 소유와 평등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나 광고인에게나 ‘과학과 휴머니즘의 통일’이라는 과제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