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근육보다 머리가 중요하다`

 최근 미 시사지 타임은 ‘근육을 사용하던 한국이 이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 전자제품을 모방하던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국가에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경쟁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최첨단 과학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집중 조명했다.

 문화콘텐츠산업 역시 근육보다 머리가 중요하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성패는 가격경쟁이 아닌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스토리, 첨단기술과의 융합, 단단한 제작과 마케팅 기획력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 영화·드라마·대중음악·인터넷게임의 성공은 우리의 문화적 감각, 독창적 스토리, 첨단기술 등이 일궈낸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유럽 등 세계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재능보다 훈련과 교육의 산물이다(안네트 모저 웰만). 대학의 창의적인 교육과 정부의 체계적인 인력양성 지원정책이 맞물려진다면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또 다른 절반의 성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361개 2∼4년제 대학 중 88%인 316개 대학이 평균 3개 안팎의 문화콘텐츠 관련학과를 개설하고 있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양적 조건은 충족하다 못해 과열에 가깝다. 문화콘텐츠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반가운 현상임에 분명하지만 교육을 맡고 있는 대학이나 이를 지원하는 정부 모두 고민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창의적 문화콘텐츠 인재를 배양할 대학들이 함께 고민해 볼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적 소양교육의 중요성이다. 창의력은 다양한 문화의 노출에서 시작되고 이해와 재구성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 소양은 하룻밤 만에 급조되는 상품이 아니라 꾸준한 훈련의 결실로서 개인과 대학의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재직중인 대학에서는 대학 지원금을 보조해 재학기간 학생 전원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도록 의무화한다. 학생들은 동서양의 미술, 음악, 공연, 전람회 등 문화의 폭과 깊이를 체험하며 호응을 한다.

 둘째, 단순·기능형 제작교육에 천착하지 말아야 한다.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문화콘텐츠산업의 트렌드는 급속히 바뀌고 필요한 기술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변화의 속도에 뒤진 습득기술은 존재의미를 상실하고 결국 인접 후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될 것이다. 대학은 기획·창작, 제작, 후반작업까지 콘텐츠 생산의 모든 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인재·인력들 스스로 변화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응용능력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

 셋째, 지역형 특성화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로 같거나 유사한 장르와 내용이 중첩된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될 때 교육과 산업 모두 창의성을 상실한다. 대학별 독창적인 특성화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9개도의 문화·관광·레저산업 지정산업, 8개시가 추진중인 지역문화클러스터 사업, 70개 신활력 지역발전사업 등과 연계한 대학의 문화콘텐츠 교육특성화를 구체화해 봄 직하다.

 넷째, 융합형 교육을 시도해 봐야 한다. ‘메디치효과’의 저자 프란츠 요한손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학문의 ‘충돌’이 사회적 창의력을 촉발했고 분출된 창의력은 르네상스의 문화적 부흥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학문과 전공의 경계를 넘어선 융합이 창의적 르네상스시대를 구가하였듯이, 창의적 교육과 문화콘텐츠산업의 부흥을 위해 우리 대학에도 다양한 전공의 통합 혹은 융합, 관련학과 간 협동과정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산업과 가까운 문화콘텐츠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이 ‘산업’이냐 혹은 학문연마를 위한 ‘상아탑’이냐는 해묵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문화콘텐츠 교육은 상당부분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산업의 기반이다. 대학은 산업의 흐름과 기업의 작업을 잘 알아야 하고 기업은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과 키워내는 인재·인력을 잘 알아야 한다. 대학의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활성화, 대학과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의 수행은 창의적 아이디어의 교환, 대학의 창의적 인력의 양성과 기업의 창의적 인재의 발굴이라는 선순환구조를 촉진할 수 있는 기제다.

길정일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jgill19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