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로 들뜬 국내 중견 MP3플레이어 제조 업체들이 극심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수급 불안으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요구까지 받고 있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대부분 플래시 메모리를 필요 구매 물량의 30% 가량밖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메모리 부족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중견업체 A사는 구매를 계획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중 실제 공급 받은 비중이 지난 1분기와 2분기 월 평균 83%에서 3분기에 평균 63%까지 떨어지고 10월과 11월에는 각각 35%와 3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수출 최대 적기인 11월에도 제품생산을 목표량의 30%밖에 채울 수 없어, 일시적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B사는 5월 대비 8·9월 낸드플래시 공급이 512MB는 각각 0%, 0.1%, 1GB 메모리는 0%, 20.4%에 그쳤다. 8·9월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으로 이 회사는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 연말 해외 수출을 아예 포기했다.
C사 역시 각각 30만개가 필요했지만 10월과 11월에 각각 6만8000개와 6만개밖에 공급받지 못했다. 실제 목표치의 20∼23%에 불과한 물량으로 시급한 해외 수출물량만을 간신히 맞추고 있다.
업계 한 대표는 “유럽 바이어가 한 달 내 MP3플레이어 1만대를 공급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플래시 메모리가 언제 입고될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우려해 이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플래시 메모리 싹쓸이로 인해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고사 직전에 있다”며, “최근에는 업종전환을 모색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