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과 글로벌 무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400여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인터넷 기반의 국가전자무역 인프라(e트레이드 플랫폼) 사업이 관련 기관에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바람에 혼선이 우려된다고 한다.
정부가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자무역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호 연동이나 호환 여부 등을 협의하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반쪽짜리 플랫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전자무역추진위가 지난해 9월 사업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아 이런 사태를 낳게 했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관련 기관 간 업무 조율 책임을 추진위가 방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386억원의 예산을 들여 e트레이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무역절차를 재설계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4가지 혁신 전략과 33개 과제를 추진하는 일이다.
정부는 전자무역 기반이 완성되면 오는 2008년에는 무역서류 중복 제출이 해소되고 제품 가격경쟁력 향상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 등으로 모두 1조8189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외환·상역-통관-물류 등 무역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해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 아래 추진되는 전자무역 구축사업이 관세청·식약청 등 일부 수출입 관련 기관이 자체 통관·승인시스템 구축 및 개통에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으로 마케팅·물류·통관·결제 등 모든 무역 유관기관을 국가 전자 무역망으로 묶고 국가 간 서류없는 무역을 위해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당초 정책 목표인데 기관들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관세청은 올해 인터넷 수출입 통관시스템을 개통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인터넷 화물처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식약청도 지난 7월부터 식품 수입 신고에 대한 승인 업무를 구현하는 별도의 인터넷시스템을 개통, 현재 서비스중이다.
이 같은 무역서비스가 정부 추진 국가 전자무역 인프라 사업과 연계되어 호환에 문제가 없다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각자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바람에 2007년 이후 원스톱 서비스 구현에 혼선이 우려된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식약청은 지난 7월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면서 기존 EDI서비스가 코드 동기화를 수용하지 못해 EDI 비용 증가, 사용자 혼선 등의 문제로 인해 EDI와의 연결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정부가 밝힌 ‘단일창에서 모든 무역업무를’이라는 국가 전자무역 인프라 사업의 정책 취지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상역·외환-통관-물류업무를 각각 별도로 처리해야 하는 과거 업무 행태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안 될 일이다. 예산 중복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용자 혼선으로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국가 전자무역 인프라 구축의 핵심 주체인 국가전자무역추진위원회를 빨리 열어 이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연말 연시를 앞둔 데다 정치·경제 현안이 너무 많긴 하지만 이 문제를 미뤄서는 안 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일이며 국가경쟁력을 위한 필수 전략인 까닭이다. 해당 기관들도 자체 시스템을 구축만 할 것이 아니라 호환문제를 해결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IT강국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