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통방융합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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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방융합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인 IPTV서비스가 이탈리아·홍콩·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상용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통신망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규제체계의 이중성으로 인해 서비스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기술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낡은 법제와 그러한 법제에 근거해 이득을 보는 기득권 집단의 집단이기주의가 신기술과 신규서비스의 등장을 억압하는 사례가 위성DMB에 이어서 또 다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IPTV서비스는 인터넷서비스 외에 TV프로그램을 인터넷망에 연결된 TV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방송위원회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IPTV는 유선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에 기존의 케이블TV와 같은 비즈니스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IPTV는 지상파 방송을 케이블TV와 같이 실시간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다양한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IPTV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고, 전자상거래를 할 수도 있고, 인터넷 뱅킹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IPTV서비스와 케이블TV서비스 사이에 지상파 프로그램 실시간 제공이란 작은 중첩만 있을 뿐 양자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IPTV서비스는 단순히 방송서비스 전달채널의 다양화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매스미디어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미 1970년대부터 선진국에서는 매스미디어 산업의 쇠퇴와 전문화된 미디어서비스의 등장이 예견돼 왔다. CNN·내셔널지오그라피 등 전문미디어 서비스의 등장이 그 예다. IPTV서비스가 도입되면 조만간 매스미디어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이념·선호·전문영역별로 세분화되고 개별화된 미디어시대가 꽃을 피우게 된다. 방송산업의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통신기술의 발전이 상부구조인 방송미디어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처럼 IPTV서비스가 방송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만큼 방송사업자와 방송위원회가 IPTV서비스 활성화에 꼭 필요한 지상파방송프로그램을 지렛대로 활용해 IPTV서비스 도입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러한 시도는 호미로 장강의 흐름을 막으려는 것과 같을 뿐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역사상 수없이 신기술의 상용화를 저지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허사로 끝났기 때문이다. 과거 FM라디오 기술이 개발됐을 때 AM라디오 사업자들이 규제기관과 합세해 FM서비스 도입을 지연시켰고, AM 및 FM라디오 사업자가 합세해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라디오 서비스 도입을 10여 년 늦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IPTV서비스를 방송프로그램에만 한정해서 볼 경우 KT는 방송프로그램 전달을 위한 통신네트워크를 제공할 뿐이다. 방송법의 적용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IPTV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방송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위해 통신채널을 제공하고 있는 KT와 이동통신사업자가 모두 은행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물론 케이블TV도 본질적으로 방송용 통신채널서비스 제공자임에 불구하고 현재 방송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방송산업이 네트워크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이르기까지 통합돼 있던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법제에서 바라보는 편협한 견해일 뿐이다.

 시대적합성을 상실한 방송법을 콘텐츠 내용규제법으로 개정하고 통신서비스 및 채널사업에 대한 규제는 통신관련 법제로 이관해 규제체계를 단순화하면서 동시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신네트워크 계층분리 추세와 부합하는 규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권영선 한국정보통신대 경영학부 교수 yskwon@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