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방융합 새 경쟁체제 도입 서둘러라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새로운 통신 규제정책 방향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맞는 새로운 경쟁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새 통신규제 정책안이 기존의 규제 정책을 시장친화적인 ‘개방’과 ‘시장자율’의 원칙을 대폭 수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설비기반 경쟁원칙’을 근간으로 삼았던 통신정책을 ‘서비스기반 경쟁원칙’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시장현실을 수용한 방안이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 허가제도 등 사전규제를 없애고 유무선 망 구분없이 각종 콘텐츠·솔루션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수평적 역무제도를 수립하려는 것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통·방 융합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보통신부는 방송위원회와 함께 통신과 방송 융합 관련 업무를 놓고 이른바 영역다툼을 벌여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새 통신 규제정책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사전규제가 없다면 어떤 신규사업이라도 시장의 원리에 따라 도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종 신규 서비스의 도입이 늦어진 것은 제도의 미비보다는 사업자 규제라는 사전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통신과 방송 정책의 골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통신 규제정책은 통신시장은 물론이고 융복합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방송시장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담고 있는 신규 정책도 통신과 방송 융합 서비스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어서 정통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신과 방송 융합 서비스는 방송 규제라는 또다른 아킬레스 건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방송위는 지난 12일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IPTV 도입 등 통신과 방송 융합 서비스의 조기도입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규제라는 틀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와이브로 등 조만간 도입될 예정인 신규서비스마저 지연될 우려가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말 그대로 통신과 방송 융합 서비스에서 방송이라는 속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방송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나무랄 수는 없다. 이처럼 통신과 방송 융합 신규서비스를 놓고 정통부와 방송위가 나름대로 논리를 내세워 규제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양측이 만족할 만한 법제화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통신과 방송 융합 규제와 관련해서는 정통부·방송위는 물론이고 국회와 기존 방송사업자·통신사업자·신규 사업자들이 모두 제각기 다른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방송문화 정책의 논리까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새 통신 규제정책이 제도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방송법안의 제정은 방송위원회·통신위원회 간의 통폐합 등 통방구조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처럼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통신과 방송 융합 서비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선 서비스 도입, 후 제도정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터넷신문법 등에서처럼 그동안 제도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보다 한 걸음 뒤처져 온 게 사실이다.

 세계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경쟁에서 한국이 통신과 방송 융합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사전 규제를 없애고 공정경쟁 틀을 만드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규제 문제는 방송위와 정통부 및 관련기관과 업체들 간 타협으로 풀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서비스 기반 경쟁 경쟁정책이 통신 사업자의 신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자칫 정책의 가변성을 우려해 투자를 미루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정부가 정책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