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지금 에너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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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에너지 화약고’로 돌변하고 있다. 서버 PC 등 각종 컴퓨터 기기가 고집적·고성능화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급증, 하드웨어 장비 자체 비용보다 사용 시 전력비용이 더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유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전력 비용을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은 더욱 첨예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자태그(RFID) 시대, 더 나아가 유비쿼터스 시대가 오면 컴퓨터 에너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더 저전력 기술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에너지 기술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

 ◇에너지가 갈등의 ‘불씨’=인터넷데이터센터(IDC)업체들이 전력비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최근 신규 고객은 물론이고 기존 고객까지 랙(서버 고정틀)당 2와트(W)가 넘으면 돈을 더 받거나 서버 자체를 아예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 KIDC·하나로엔진 등 주요 IDC업체는 개별 랙에 계량기까지 달았다. 전체적인 요금 인상도 눈앞에 다가 온 것으로 관측된다.

 한 IDC 관계자는 “최근 64비트 듀얼코어 CPU 장착 서버, 블레이드 서버로 진화하면서 고집적 서버가 뿜어내는 발열량이 엄청나 냉각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전력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T 등의 IDC 사고 역시 전력 부하 때문이었고 강남 지역 일부 인기 IDC는 이미 조달할 수 있는 전력 한계치에 다가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한국전력이 IDC 업체들을 상대로 전력 사용료를 최대 25%까지 인상해 IDC업체·입주사와 한국전력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비슷한 문제는 정부의 통합전산센터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상청 슈퍼컴퓨터. 정통부는 원래 서울에 위치한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까지 통합전산센터로 이전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엄청난 전력 소모량에 따른 전력시설 구축 비용 때문에 이전 계획을 취소했다.

 ◇절전이 곧 성능=최소 50대 이상 PC를 사용하는 중소 사업장에서 저전력 PC가 대세다. AMD CPU를 장착한 PC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도 낮은 전력 때문. 바이브PC 등 홈미디어PC도 가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전력 CPU를 장착하는 사례가 많다. 삼보컴퓨터가 출시한 ‘리틀 루온’, 성주의 ‘탱고 미니’ 등은 모바일 CPU를 탑재, 전력 소모량을 10분의 1로 낮췄다.

 최근 무선 제품이 늘고 있는 PC주변기기도 전력 소모량이 중요시되고 있다. 무선 트랙볼 키보드 제조회사 와이어리스엔지니어링은 광마우스를 내장한 무선 키보드를 개발했지만 출시를 포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지텍 등 마우스 업체는 마우스의 다기능화로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자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그린 컴퓨터 기술 경쟁 돛 올랐다=인텔은 아예 전력 소모가 적은 모바일 CPU를 전 플랫폼의 차세대 아키텍처로 내세웠다. 한국썬도 최근 칩 아키텍처 이름을 ‘쿨(cool) 스레드 아키텍처’로 명명하고 인텔·IBM보다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HP는 칩 개발은 중단했지만 냉각수를 사용, 전산센터 냉각 비용을 줄이는 ‘모듈형 냉각 시스템’을 발표하고 시장 확대에 들어갔다. 저전력 마케팅으로 효과를 본 AMD는 아예 HP·선·IBM과 손잡고 저전력·저발열 요구에 부응하고 환경보호에 나서는 ‘그린 그리드’ 포럼을 조성했다.

 미국 베라리시스템스의 김진 창업자는 “벤처 업체에 불과했던 베라리가 블레이드 서버 1, 2위를 다투는 것은 발열을 낮추는 특허 냉각 기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근 한국썬 전무는 “미국 컴퓨터 학회지 등에 W당 성능이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전력 요금이 하드웨어 비용을 추월할 것이라는 논문이 등장했다”며 “클록(㎓) 성능보다 W 성능이 더 중요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현정·한정훈기자@전자신문, dreamshot·exi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