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자업계 업종별 `합종연횡`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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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도 한국’을 외치는 일본 전자업계가 디스플레이·반도체·휴대폰 등 주요 분야별 사업통합의 시동을 걸며 글로벌 시장 강자인 한국업체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미즈호증권이 ‘반도체·휴대폰 업체들 간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충격을 던진 데 이어 최근 일본 전자업계에는 ‘예견된 수순으로 가고 있다’며 통합분위기를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30일 일본 휴대폰 내수시장 1·2위 업체인 파나소닉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와 NEC가 개발 부문 통합을 선언했고 NEC일렉트로닉스는 다른 반도체 업체와의 포괄적 자본 제휴를 발표했다. 31일에는 마쓰시타·히타치가 공동으로 800억엔을 LCD에 투자해 삼성전자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부품·소재·기술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일 기업이 힘을 모은다면 가격 및 품질 경쟁은 물론이고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LCD 부문에서는 샤프와 소니, PDP 부문에서는 마쓰시타 중심의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마치다 가츠히코 샤프 전 회장이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히타치·마쓰시타·도시바가 지난해 공동 설립한 (이달 본격 생산을 준비중인) LCD 합작사 IPS알파테크놀로지와의 제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강력한 경쟁세력의 등장을 예고했다.

 PDP 부문에서는 세계시장 1위인 마쓰시타가 4위 히타치와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나돌고 있다. 나카무라 구니오 마쓰시타 회장은 지난 4월 결산 보고 석상에서 “국내 업체끼리 가격경쟁을 하느니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낫다”며 인수의사를 피력했다. 마쓰시타(29%)·히타치(10%) 연합전선 구축 시 세계시장 점유율은 45%로 훌쩍 뛰며 단번에 삼성SDI(28%)·LG전자(27%) 등을 위협하게 된다.

 ◇반도체=2000년부터 플래시메모리·시스템LSI·D램 분야에 걸쳐 제휴중인 NEC일렉트로닉스·도시바·마쓰시타 등이 내년에는 연구개발(R&D) 부문을 통합하고 공동 생산라인을 설립한다. 이들은 내년까지 시스템LSI업체인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회로선폭 65㎚ 이하 차세대 반도체 공장도 설립하기로 했다.

 ◇휴대폰·디지털카메라=지난30일 파나소닉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마쓰시타 계열)와 NEC 간 휴대폰 개발부문 통합이 발표됐다. 이들은 부품공통화에도 나선다. 나카무라 마쓰시타 회장은 지난달 “15개사가 난립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의 재편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강구중”이라고 밝히는 등 강력한 통합의지를 시사했다.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업계도 소니(25%)·캐논(24%)·산요전기(18%) 등을 중심으로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위 업체 소니가 지난 3월 코니카의 단일 렌즈 리플렉스 디지털 카메라 사업 부문을 약 200억엔에 매입하기로 합의, 통합의 물꼬를 텄다. 세계시장 점유율 5%로 10위권에서 도약을 노리는 삼성테크윈의 입지에도 영향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