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신산업을 육성하자](3)해외 주요 국가의 융합신산업 동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 국가별 융합신산업 추진 정책

 융합신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나라는 우리뿐만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유럽연합(EU) 등 이른바 세계 경제의 3대 축은 물론이고 디지털전자 시장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까지 조용하지만 강하고 눈에 띄지 않게 준비하고 있다. 반면에 아직 우리나라의 융합신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더욱 과감한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융합신산업에서도 패권을 노리는 미국=미국은 IT와 BT 그리고 NT의 융합에 국가 연구개발(R&D)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년 동안 동결됐던 국가 R&D 예산은 융합신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증액, 내년에는 올해보다 2.5% 증가한 1370억달러로 확정했다.

 미국 정부는 융합신산업의 근원이 되는 융합기술의 조기 선점을 위해 융합기술과 기초과학을 균형 있게 육성 하는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IT 분야는 무선통신·센서·보안·유비쿼터스 컴퓨팅·홈 네트워크·음성 및 문서 인식 등에 주력하고 BT 분야는 신약개발·유전자과학·단백질 과학·질병 역학 등에 집중하고 있다. 또 NT 분야는 IT와 BT가 융합된 나노바이오공학과 바이오인포매틱스 등을 주로 지원한다.

 질병진단·우주탐사·국토방위관련 기술·친환경에너지 등에 활용될 나노·바이오 융합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IT와 NT·BT가 결합된 고속 질병진단시스템, NT와 IT가 결합된 고출력 레이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생명체 탐사를 위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바이오센서개발 등의 성과를 이미 낳았다.

 미국 정부의 융합신산업 발전 정책은 ‘NNI(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이 1996년부터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98년에 12개 연방정부기관이 참여, 국가나노기술개발제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연두교서를 통해 나노기술을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과 함께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로 설정, NNI를 선언했다. NNI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유지를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 지원하면서 나노기술 연구기반 시설, 인재육성 등의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결과의 기술사업화 촉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분야에만 올해 10억5000만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경쟁력을 최대로 살리려는 일본=과거 아날로그 시대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일본은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옮겨지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90년대 초반 버블 경제의 붕괴로 10년 동안의 불황에 빠졌던 일본경제가 디지털전자 산업을 밑거름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를 파악, 융합신산업 시대에는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과감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융합신산업 정책은 2004년 5월 기초가 마련된 ‘신산업 창조전략’이다.

 일본정부는 디지털 이노베이션과 시장창조의 선순환 확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골자는 IT·BT·NT 등 신기술 융합 혁신을 통해 일본기업이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7대 신성장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정한 7대 신성장산업은 연료전지·정보가전·로봇·콘텐츠·헬스케어·환경 및 에너지·아웃소싱 서비스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선정 기준에 대해 △중장기 발전 가능성 △내수 주도의 성장에 기여 △소비재에서 생산재,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를 꼽았다. 특히 7대 신성장산업은 기존에 일본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7대 신성장산업의 시장 확대 효과는 해당 분야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주변산업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에만 7대 전략산업 지원에 873억엔을 쏟았으며 예산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가장 광범위한 융합신산업 전략을 펴는 유럽연합=미국 주도의 경제 흐름에 대항마를 자임하는 유럽연합(EU)은 융합신산업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발전 방안을 갖고 있다. EU는 미국이 잇달아 융합신산업 관련 정책을 내놓자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미래기술 예측그룹의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래기술 예측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결과가 CTEKS(Converging Technologies for the European Knowledge Society)다.

 이 위원회는 2004년 9월 1차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IT·BT·NT에 인지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광범위하게 추가했다. CTEKS는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식기반 경제로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보건, 바이오, 정보통신기술, 나노 및 소재, 에너지, 환경 및 기후변화, 운송 및 항공기술, 사회경제학 및 인문학, 우주 및 보안기술 등 9개 중점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U는 내년부터 오는 2013년까지 총 678억유로를 신기술 분야에 투자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69.9%를 융합신기술 분야에 할당했다.

 ◇나노기술에 사활을 거는 대만=최근 디지털전자 분야에서 무서운 기세로 우리를 쫓고 있는 대만은 융합신산업에서는 먼저 앞서나가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그 청사진은 ‘첨단산업 육성전략’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대만의 전통 제조업뿐만 아니라 가전,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중국 본토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만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전략은 새로운 산업 육성이라는 효과 이외에 자국 내 산업공동화로 인한 독자 산업기반의 붕괴를 방지하고 고용을 촉진시키려는 복안이 들어 있다.

 대만은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나노기술, 로봇, RFID, 전자종이, 자동차 전장부품, 홈오토메이션 등 6개 산업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대목은 나노 기술에 대한 대만 정부의 관심이다. 대만 정부는 지원금의 60%가 넘는 6억1500만달러를 나노기술분야에 최우선 순위로 지원할 예정이며 나머지를 나노기술을 제외한 5개 분야에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대만이 급성장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한 포석이다. 나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 우리나라와 일본을 뒤쫓는 상황을 역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직 취약한 국내 융합신산업 기술=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과감한 융합신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KISTI가 분석한 국내외 나노기술 동향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나노 기반 융합기술은 선진국 대비 평균 83% 수준이다. 그 중 나노 소자 및 나노 소재, 환경과 에너지 분야가 상대적으로 격차가 작지만 나노 바이오나 장비의 경우 70% 내외 수준에 머물러 있다. IT와 BT 융합기술 연구수준은 더 낮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디지털 바이오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평균 74% 정도에 불과하다. 바이오 인포매틱스와 생체정보보호 두 분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기존에 경쟁력을 갖고 있던 디지털전자와 BT가 결합된 바이오전자나 바이오컴퓨팅에서는 70%를 밑돌아 심각성을 더했다.

◆인터뷰- 美 일리노이대 케빈 김 교수

 “우리는 IT와 BT, NT라는 세 가지 기술 혁명 시대를 살고 있으며 이는 세 가지 기술이 발전적으로 합쳐지는 융합신산업으로 나타납니다.”

 나사(NASA)에서 미래전략산업을 연구하는 그룹의 위원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미국 내에서도 미래 기술에 대해 정평이 높은 미국 일리노이대 케빈 김 교수는 융합신산업 시대를 확신했다.

 김 교수는 각 분야의 기술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융합신산업은 이미 우리 일상에 가까이 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나노 기술과 기계 공학, 의학 기술이 하나로 녹아들면서 의료용 마이크로센서가 나왔으며 IT 기술과 생명공학의 만남은 바이오칩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이미 세계 각국은 소리 없는 융합신산업 전쟁을 시작했으며 초강대국인 미국은 범정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는 바이오 및 의학 분야를 최고로 공학과 생명과학 등의 융합 기술에 10억5900만달러의 예산을 내년 회계에 책정해놓았다.

 김 교수는 “과감한 투자와 안정적인 정책 지원은 좋은 결실로 어이지기 마련이며 이미 미국에서는 실질적인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 예로 1000회 이상 사용가능하며 산업용 화학약품, 제약, 유제품 생산까지 적용 가능한 나노튜브 기반 무마찰 멤브레인 필터와 시각장애인용 시각보조장치 및 패턴인식 장치를 들었다.

 나노튜브 기반 무마찰 멤브레인 필터는 NT와 BT가 만나 만들어진 제품이며 시각장애인용 시각보조장치 및 패턴인식 장치는 BT와 NT는 물론 이미지처리 기술을 신경전달 통로로 이용하는 IT 기술까지 융합돼 있는 결정판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