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김종훈 벨연구소 사장

[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김종훈 벨연구소 사장

 지난해 4월 한국인으로서 세계 최고의 연구소 수장으로 선택된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 자체보다 연구소를 수익성을 내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 해외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과 조명을 받았다. 김사장은 전자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벨랩이란 세계적 연구소의 연구 초점을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는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 즉 ‘자연스러운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시대를 열어가는 쪽으로 맞추 나가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세계 IT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세계 IT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래에는 데이터와 영상이 새로운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규 매체로 발전할 것이며, 사용자와 네트워크간의 관계 변화로 IT 부문에 급속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삶에 있어 네트워크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적 방식을 통해 `의사 소통` 차원을 뛰어넘는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가 가능해질 것이다.

벨 연구소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것을 ‘자연스러운 유비쿼터스 네트워킹(Natural Ubiquitous Networking)’이라고 부른다.

네트워크가 사용자를 인식하고, 원하는 바를 미리 예측해 그 대상이나 필요한 서비스를 즉시 연결시켜 주는 데 있어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도 중요하다. 유비쿼터스는 애플리케이션, 컨버전스 네트워크, 서비스 전달 아키텍처, 그리고 센서 및 관련 요소 개발 및 구현에 있어서의 혁신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비롯, 레이저, CCD, 태양 전지, 통신위성 등 원천 기술 개발의 산실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어떤 조직이 무슨 기술 개발 및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나.

▲‘자연스러운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벨 연구소는 모든 네트워크 상에서 무제한으로 고품질 대역폭을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킹, 디바이스 기술 그리고 혁신’에 대해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다. 광섬유에 관한 PON(Passive Optical Networking), HSDPA와 EVDO-Rev A, 네트워크 최적화 접근 및 툴 등에 대한 연구 역시 중요한 분야다.

또 벨연구소는 발신음, 웹 브라우저, TV, e메일, 인스턴트 메시지(IM)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메일, 음성 메일, IM 등의 방법으로 연락이 가능한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주는 액티브 폰 북(Active Phone Book), TV에 ‘로밍’ 기능을 첨가하는 ‘마이뷰TV (MiViewTV)와 이런 서비스들이 통합되도록 해주는 서비스 브로커(Service Broker) 등의 네트워크 요소가 대표적인 예다.

벨 연구소에는 다양한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센터들이 여럿 있다. 나노 기술 분야에서는 ‘뉴저지 나노 기술 컨소시엄(NJNC)’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연구 중이다. 수학 알고리듬 과학 그룹은 주로 기초 수학 및 알고리듬, 통신과 통계학, 복합 시스템과 최적화 분석 등을 중심으로 연구한다. 광학 전송 네트워크 그룹은 무선 및 광 시스템을 위한 전송 장비·광 네트워크·고속 전자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고 무선 및 브로드밴드 액세스 그룹은 4G 시스템을 정의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차세대 네트워크 및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의 아키텍처 및 프로토콜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네트워킹 및 네트워크 관리 그룹’, 멀티미디어 TV나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의 신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연구하는 ‘컨버전스와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과학 그룹’이 있다.

‘네트워크 기획과 성능 및 경제성 분석 그룹’은 네트워크 아키텍처 설계 및 개발, QoS 및 신뢰성을 중심으로 한 프로토콜 정의, 비즈니스 모델링 서비스 제공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작년 벨연구소 사장 취임 후 실용연구를 통해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해 오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가.

▲대표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면서 수익성을 창출하는 국가 센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통신, 나노 기술, 센서 기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네트워킹, 인적 요소 등 여러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이러한 일을 누구보다 월등하게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벨연구소다.

연구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세가지 단계가 있다. △먼저 우리의 핵심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이고 △둘째는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며, △마지막 단계가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다.

-벨연구소는 설립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초 과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벨연구소는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수익성있는 연구개발(R&D) 활동을 어떻게 강조하고 있는가.

▲벨 연구소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했던 중요한 연구 성과물을 상용화시켜 왔다. 1925년 창립된 이후로 벨 연구소 연구원들은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왔다.

벨 연구소 같은 조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갖춘 뛰어난 연구 능력 △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고객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 등 두가지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일이다. (내가) 통신업계의 최고 R&D 기관인 벨 연구소 사장직을 맡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장으로 해야 할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카텔과의 합병 후에도 벨연구소의 수장을 맡게 됐는데, 앞으로 10년뒤 벨 연구소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 본다면.

▲10년 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 기술 지식과 수많은 연습을 거듭하며 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벨연구소는 오랜 역사를 통해 늘 ‘미래’에 대해 생각해 왔다. 벨 연구소 연구원들은 미래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술이 인간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것인지 상상해 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람들의 요구를 기반으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연구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울러 통찰력과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혁신적 기술을 이끌어내는 수직적 사고를 하게 해주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을 연구해내고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벨 연구소가 가장 흥미진진한 발명품과 사업 기회를 모두 찾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한국인으로서(소수민족 출신으로) 세계적인 연구소를 이끌어 나가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보람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역대 벨 연구소 사장들처럼 나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R&D 기관의 리더로, 한발 앞선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 늘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의 진정한 힘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아니라, 행동력과 추진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소수민족 출신이지만 나는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스스로 더 많은 기회들을 가지려 노력했으며 지금 벨 연구소와 같이 훌륭한 조직을 이끌게 되었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과 다르다는 점이 나에게는 여러 의미에서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그리고 다가올 기회와 성공을 잘 준비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 IT 산업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한다면.

▲한국 IT 산업은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얼리어답터’ 역할을 하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정보통신에 대한 관심 수준이 높고,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신기술을 받아 들이는데 앞서 있어 연구 활동을 수행하거나, 미래지향적 진보적 기업들과 협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정리=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김종훈 사장은 누구?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46)은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랜드 대학에서 2년만에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를, 전자 공학 및 전산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전형적인 이공계 출신 기업인이다.

자신이 1992년 설립한 ATM 장비 개발 벤처 기업 유리 스템즈를 98년 루슨트에 매각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루슨트에서 광대역 네트워크 부문 사장, 광 네트워킹 사업부문 사장을 거치면서 루슨트의 차세대 광 네트워킹 시스템의 개발, 생산 및 마케팅을 총괄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전자컴퓨터공학과, 기계공학과의 교수로 강단에 섰고 지난해 4월 벨연구소 사장으로 루슨트에 재합류했다. 컴퓨터 설계, 위성 시스템, 데이터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미 해군 장교로 7년간 복무했다.

현재 미국 국립공학학술원(NAE)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미국 범아시아인 상공회의소(USPPACC)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아시아인 10인’에 꼽히기도 했다. 메릴랜드 대학에서 수여하는 혁신 명예의 전당(Innovation Hall of Fame)을 비롯, 한국미국학연구회(ICAS)가 수여하는 자유상, 미 공로 아카데미 골든 플레이트상, 올해의 언스트&영 신예 기업가상, KPMG 피트 마윅(Peat Marwick) LLP 하이테크 기업가상, 엘리스 아일랜드 명예 훈장,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올해의 메릴랜드 하이테크 위원회 기업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