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DB) 솔루션을 공급하는 A업체는 최근 한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려다 아예 손도 대보지 못한 채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발주기관이 사전규격서에 특정 DB제품을 명시, A업체의 참여 자체가 원천 봉쇄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물론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을 고려해 특정 제품을 명시한 것으로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경쟁업체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점에서 공정한 입찰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B사는 몇 개월 전 자사 제품에 대해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받고 공공기관 시장 확보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GS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 평가 시 가산점 5점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알고 발주 과정에 실제로 적용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SW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갖가지 정책이 실제 발주 과정에서는 대부분 적용되지 않고 있다.
◇강제 조항 아니다=발주기관이 각종 기준과 규칙을 사전규격서에 반영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조항이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서다.
조항 가운데 SW산업진흥법에 명시된 대기업 참여 제한제도를 제외한 대부분이 권고 내지는 우선적용 수준으로, 이를 의무적으로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 기준 적용은 우선적용 사항이며, 평가 시 기술 대 가격 비중을 8 대 2로 해야 한다는 것 역시 참고용이다. 따라서 발주 담당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기존 관행대로 발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분석이다.
진흥원 측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해당 발주 담당자가 이 조항이 강제사항인지 묻는 사례가 많았다”며 “결국 감사에서 지적이 될 만한 부분은 지키지만 그외 기능점수 방식 등 복잡하고 조건이 우선 권고인 사항은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설명했다.
GS 인증제품에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특정 제품을 명시하는 행태도 이 같은 이유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제안요청서(RFP)나 사전규격서(RFI)가 미리 사업을 준비해 온 IT서비스 업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도 규격 내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업체 관계자는 “IT서비스 업체들은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규격서에 반영하게 마련이고 발주 담당자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하기 때문에 마련된 각종 제도가 적용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강제화, 평가 연계 등 대책 강구해야=업계는 GS 인증제품 도입 확대와 분리 발주 등 정부의 SW 활성화 정책의 핵심에 있는 내용들은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소 SW업체 대표는 “GS 인증제품 가산점 제도와 이에 대한 분리발주를 아무리 외쳐 봐야 실제 구매 담당자는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이를 적용할 근거가 약하고 구매기관과 담당자의 평가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진흥원은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규격서를 모니터링, 이 결과를 토대로 일부 조항에 대해 의무 적용 근거를 만들 방침이다. 이와 병행해 구매자의 인식 전환과 제도 활성화를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GS 인증제품에 대해 어떤 제품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구매자의 불평이 많다”며 “이를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고 구매자가 쉽게 접근해 판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의 제도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각종 제도의 취지를 구매 담당자에게 적극 전파, 구매 담당자의 인식을 제고하는 홍보활동이 시급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