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업계 피할 수 없는 `경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팹리스업체들간 경쟁 전망 분야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체들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이미 형성된 시장을 공략하는 형태에 머물면서 국내 팹리스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는 팹리스 업체들이 초창기에는 고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으나, 기능 융복합화라는 시장 트렌드로 인해 사업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요 팹리스 업체는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해 토털 솔루션 보유를 통한 사업 확대를 꾀했으나, 그 분야가 MP3플레이어·DMB폰·CMOS 이미지센서 등 주요 아이템에 한정되면서 충돌을 빚고 있다.

 ◇경쟁 가속화, 중복 투자 우려도=올 상반기부터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DMB 분야다. 일반 단말기보다는 DMB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 업체와 DMB용 멀티미디어 칩 업체 간에 접전이 벌어졌다.

 DMB 멀티미디어 칩으로 국내 시장을 90% 이상 점유한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DMB폰용 멀티미디어 칩을 개발하며 코아로직·엠텍비젼 등이 주도하는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코아로직과 엠텍비젼도 사업확대를 통해 다른 업체들이 선점하는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아로직은 멀티미디어 칩 애플리케이션을 확대하기 위해 MP3플레이어용 멀티미디어 칩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조직 개편까지 단행해 별도의 사업조직을 만들었다. 엠텍비젼은 이미지 분야에서 플랫폼 형태의 사업을 위해 CMOS 이미지 센서(CIS)를 자체 개발했다.

 CIS는 실리콘화일·픽셀플러스 등의 팹리스 업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매그나칩의 대기업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메모리팹리스인 EMLSI도 출사표를 낸 분야다. DMB RF 분야에서도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와 FCI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대형 LCD 타이밍컨트롤러로 단기간 내 성장을 거둔 티엘아이는 LCD 구동칩을 개발하며 LDI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형 LDI를 전문으로 해온 토마토LSI도 중형 이상 LDI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경쟁도 예고된다. S램과 플래시메모리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오투아이시도 엑셀반도체가 선점한 저용량 노어플래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협력으로 시장을 키우거나 새로운 시장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토털 솔루션을 보유한다는 목표 아래 자체 개발에 뛰어들 경우 국내 제한된 인력들이 같은 분야에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는 이 때문이다. 특히 중소 팹리스는 전문인력 구인난까지 겪고 있어 경쟁보다는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당장은 매출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고유의 전문 영역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시장을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정부의 모습과 함께 투자자들의 지원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려는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에 신규사업 진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CEO는 “국내 팹리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만처럼 큰 흐름으로 몇 분야를 나눠 그 밑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RF 업체와 베이스밴드 업체들과의 협력 등 하나둘씩 협력의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이보다는 경쟁의 흐름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상황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