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8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내놓았다. 올해 예산보다 6.4% 늘어났다. 내년 예산안은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국민의 기본적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예산당국의 설명이다. 예산편성안 발표 자리에서 정부가 특히 성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내년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사회복지·보건 분야 예산이 올해보다 10.4% 늘어난 61조8000억원, 교육 분야가 7.4% 증가한 30조9000억원, 국방 분야가 9.7% 늘어난 24조7000억원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는 10.5% 늘어난 9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우리는 전체적인 예산 증가율이나 분야별 예산 증가 방향에서는 예산안이 적절하게 편성됐다고 평가한다. 국내경기의 하강속도가 예사롭지 않고 내년에도 결코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것에도 이의를 달 수는 없다. 또 정부의 설명대로 R&D 예산 증가율이 2005년 10.1%, 2006년 14.2%, 2007년 10.5% 등으로 3년 연속 1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R&D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부의 강조와 달리 이번 예산 편성안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는 미흡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R&D 예산 증가율이 10.5%로 가장 높다지만 금액으로는 9000억원 정도 늘어날 뿐이다. 성장동력과의 연관성이 높은 교육 분야 증가율은 올해 4.2%의 1.5배 정도 올라갔지만, 산업·중소기업 분야 예산 증가율은 동결에 가까운 0.9%로 올해의 4.2%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이나 경영안정화에 대한 예산은 상대적으로 인색해진 것이다.
각 분야에서 성장동력 예산을 추려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아무리 후하게 따져봐도 27조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성장동력 예산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반면 복지 예산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에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9%에 이른다. 결국 복지에 드는 비용 조달을 위해 훗날 우리 국민이 먹고 살 성장동력 육성 분야가 뒷전으로 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 예산을 강화하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장기반을 튼튼히 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복지가 어렵다는 점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한번 무너진 성장기반을 다시 추스르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예산안을 짜면서 스스로 내년 실질성장률을 4.6%로 낮춰 잡을 만큼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 경제 상황을 훨씬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갈수록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등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경제 살리기만큼 시급한 일은 없다. 당연히 성장동력 확충 노력은 한층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계수 조정작업이 뒤따르겠지만 정부가 성장동력을 더 부추길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R&D 분야에 좀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또 산업·중소기업 분야 예산을 동결한 것은 신용보증 분야를 억제한 때문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보증을 줄일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기능 제고와 같은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