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통·방융합대국지론](https://img.etnews.com/photonews/0611/061121115150b.jpg)
21세기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무한 질주하는 시대다. 사회체계와 기술체계가 무서운 속도로 서로 침투한다.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심지어 군사까지도 첨단 정보기술(IT)과의 상호의존성을 논하지 않고는 그 본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됐다.
최근 ‘IT는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대명제 아래 IT와 현대 한국사회의 진로를 진단하려는 ‘메가트랜드코리아 연구’가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연구성과로 ‘신기술사회구성체(Neo-Technosocial Formation)’ 논의가 주목을 끈다.
연구진도 밝히고 있듯이 이 개념은 마르크스의 사회구성체(Social Formation)이론에서 출발한다. 미래사회는 IT·BT·NT·ST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적 요청에 부응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첨단기술력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사회질서는 기술체계와 사회체계 간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IT강국의 실체를 정통 사회과학으로 끌어들였고 또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사회과학자들의 학문적 성과기에 더욱 소중하게 받아들여진다.
지금은 매체별·산업별 가치를 기축으로 하는 20세기 패러다임이 매체·산업 간 융합가치를 근간으로 하는 21세기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대전환기다. 따라서 성숙한 기존 IT체계와 발흥하는 새로운 IT체계 간의 모순과 조화가 엇박자로 공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때마침 통신과 방송 융합시대의 정책·진흥·규제 간의 역동적인 가치사슬을 우선하는 통합행정개편안이 나왔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규제적 본질을 고려해 합의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국가 전략적 판단이 중시되는 정책적 요구를 감안, 부처성격의 독임제를 동시에 받아들인다는 다소 모험적인 접근이다.
돌이켜보건대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지리멸렬한 갑론을박을 벌여왔던가. 통신진영과 방송진영은 각자가 수십년 동안 견고하게 구축한 참호 속에서 꿈쩍도 않고 허공을 향해 대포를 쏘아 올렸다. 그 사이 세계 최초로 획득한 첨단융합기술과 시스템은 애써 구축한 첨단 인프라와 접목되지 못하고 표류해왔다.
IT일등국가의 위상과 체면은 접어두고 미디어 빅뱅 시대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경쟁국가의 모습을 경탄하듯이 바라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방통융합추진위원회의 대담한 제안을 계기로 지난 10년간 일궈온 IT강국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통·방융합대국 코리아’를 지향하는 비전과 전략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10여년의 산고 끝에 얻은 소중한 성과인만큼 시계 바늘을 되돌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들은 융합 조직재편의 구체적 행동강령(매니페스토)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자. 더는 이해관계의 삼각구도에 얽매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책담당자·전문가 그리고 산업계 등이 지혜를 모아 제도개선을 위한 공정표를 마련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는 협치(거버넌스)의 전형이 되도록 하자.
기구개편 일정과 제도혁신을 통해 융합의 선순환 효과가 극대화됐을 경우에 실현될 10년 후의 통·방융합 혁신국가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극단적 대립과 소모적 게임으로 실기한 채 옛 IT강국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위기의 시나리오도 그려보자. 첨단융합기술이 가져다주는 신성장 동력의 창출과 21세기 국가로의 구조개혁성 그리고 수많은 당면과제 해결 가능성에 주목해 지도자의 리더십을 쏟아부어야 한다.
내친 김에 통·방통합위원회 개편에 머무르지 않고 IT기반 미래국가전략을 위한 정책·진흥·규제를 일원적으로 총괄하는 ‘통합융합전략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전반 정통부 출범을 전후해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 사업의 전격적 실시와 정보화촉진기본법 정비 등이 오늘날 IT강국의 토대를 만들었듯이 다시 한번 본격적인 통·방융합시대에 대비한 국가인프라 개조전략 마련에 국민적 지성이 결집되기를 기대해본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T전문위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