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벤처펀드, 딜레마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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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좀 해달라, 기업 가능성을 봐라.”-지난 2002년 창업한 A 벤처기업.

 “실적이 뭐 있나, 투자는 했는데 회수율이 저조하다.”-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M 캐피털리스트.

 지난 2000년 초 벤처 창업 붐이 일며 잇따라 조성했던 지자체 등의 벤처 펀드가 ‘돈이 있어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잇따라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그렇다고 투자를 전혀 안 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투자 기간과 돈이 남아 있더라도 손해 보는 장사는 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자본의 논리 앞에 딜레마에 빠져있다.

 ◇지자체 펀드 운용 실태=대전시는 지난 2000년 대전시와 하나은행, KTB네트워크 등이 총 100억원을 출연해 제1호 대덕밸리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이 가운데 투자금액은 63억원, 지난 2004년 투자기간 만료로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2001년엔 300억원 규모로 2호 펀드를 구성했지만 투자액은 196억원, 65%밖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 2호는 올해 말 존속기간이 만료돼 현재 청산 여부를 검토 중이다. 투자대비 회수율은 31%, 적자다.

 이 같은 사정은 광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1 ‘빛고을벤처투자조합’이 결성돼 40억2000만원으로 출발했지만 부도와 주식평가 감액 등으로 모두 18억4000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산은 지난 2월부터 모태펀드 및 부산시, 마이벤처, 산업은행, 기업 등이 출자한 총 111억원 규모의 ‘부산벤처투자펀드 3호’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협상 중인 2개 기업 외에 아직까지 투자가 확정된 기업은 없다. 부산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0억원의 ‘부산벤처투자펀드 1호’를 운용, 이 중 36억원을 중소기업 7개사에 투자해 10% 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 110억원 규모로 오는 2008년 9월까지 운용되는 ‘부산벤처투자펀드 2호’는 현재 6개사에 61억5000만원 만을 투자했을 뿐이다.

 대구의 경우는 아예 펀드 자체가 없으며, 경남이나 경북지역도 낮은 수익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 뭐가 문제인가=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기술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정작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자금운용 기간도 문제다. 기껏해야 3∼5년이다. 액수도 10억원 전후다.

 현재 대덕에서 매출 100억원을 넘긴 K기업 대표는 “경영간섭이 너무 심하다. 투자액을 회수해 가라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투자규모나 기간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국내 캐피털리스트가 조급해 하는지 알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측이 보는 관점은 또 다르다. 일단 투자규모가 영세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벤처와 캐피털리스트 모두에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벤처기업의 주먹구구식 운영 △연구원 출신 CEO의 사적인 ‘욕심’ △기업의 제품화 기획력 부재 △미국에 비해 투자규모의 영세성 △한국적인 정서에 따른 캐피털리스트의 경영 개입의 한계 등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펀드 지원 심사 당시에는 기술력이 뛰어나 자금만 지원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결국 실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말로 펀드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토로했다.

 부산시 펀드 관계자는 “투자 리스크가 낮은 지역 우수 중견기업은 투자 유치를 꺼리는 반면 리스크가 높은 창업 초기 기업이 대다수 투자를 원해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