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기업으로 살아남기](https://img.etnews.com/photonews/0701/070125115419b.jpg)
국내 벤처산업의 역사가 10여년을 맞고 있다. 벤처업계 연 매출액도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100조원은 삼성전자 총 매출액의 2배에 이르는 액수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만도 8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벤처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벤처기업이 기지개 한 번 켜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한때 우리에게는 벤처천국이던 시절이 있었다. 벤처라는 단어가 곧 투자유치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면서 많은 자금이 몰렸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의 열풍이 그것이었다. 이는 무분별한 투기를 낳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 속에서 소·중소기업의 역할을 제고시키는 한편, 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전기가 됐다.
이러한 벤처산업은 2000년 이후 조정기를 거치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다. 초창기 희망과 대박의 상징으로 일컬어졌던 ‘벤처’는 2000년 이후 수많은 벤처기업이 몰락하면서 그야말로 모험이고 위험한 개념의 기업 형태로 인식되고 말았다.
나는 이 시기에 벤처산업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중국의 규모의 경제로 인해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던 제조업에 말이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보니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매출 하나 없이 4∼5년간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장성도 있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실적이 없어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여러 차례 받았다. 시장성과 가능성, 실적이 있으면 왜 외부자금이 필요하겠는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얘기지만 이는 정부자금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이 같은 논리는 돈이 있는 곳에 돈을 몰리게 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온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은 기술 중심, 시장성 중심, 가능성 중심의 평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벤처기업으로서 생존하려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것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나는 혼신의 노력을 다해 첫 제품을 개발·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과감하게 미련을 버리고 다시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첫 제품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했다. 만약 첫 제품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지금도 불완전한 첫 제품을 끌어안고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기 때문이다. 여유분을 남겨둘 여력이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여기서 과감한 포기가 필요하다.
반면에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 함께하는 직원들이 서로 격려하고 희생하면서 일을 추진한 결과 모두에게 어렵고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이 현실화되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훈이 생겼다. “불가능은 없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안 돼도 되게 하라.” 한 번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경험은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포기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이 어려움의 정점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는 ‘DID’ 정신이 있다. 곧 ‘들이대’ 정신이다. 벤처는 부족한 리소스를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채워야 한다. 이를 반영한 것이 ‘들이대’ 정신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노디자인과의 제휴였다. 젊은 패기와 열정,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들이대자 결국 이노디자인으로부터 훌륭한 디자인을 받을 수 있었다.
외환위기 극복에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던 벤처산업은 2000년 7400여개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9월 1만2000개를 돌파하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아무쪼록 정부의 바람직한 지원정책과 벤처기업의 자생적인 생존전략을 통해 건전하고 유기적인 벤처기업 생태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최호식 에코포유 대표 ceo@eco4yo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