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통신장비업계 한국으로 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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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영상회의 솔루션 업체인 폴리콤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우선 음성 및 영상회의 솔루션과 ‘다자간 화상장비(MGC)’ 등을 공급한다. 장기적으로는 폴리콤 하드웨어와 삼성전자 솔루션을 하나로 묶어 패키지로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우진 폴리콤코리아 사장은 “막 성장기로 접어든 국내 영상회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협력 범위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와 국내 대기업 간 제휴가 최근 부쩍 활발하다. 단순히 한국 시장 공략을 넘어 국내외를 모두 겨냥한 적극적인 제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확보한 우리 기업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과거 분리됐던 네트워크와 비즈니스가 합쳐진 융합 시대에 접어들면서 융합 시장을 겨냥한 국내외 업체 간 협력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통신장비 시장 및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됐다.

 ◇삼성전자와 대기업 계열 SI 업체를 잡아라=통신 및 모바일 분야에서 막강한 제조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는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들에 협력 대상 ‘0’순위다. 삼성전자가 국내외에 걸쳐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어바이어·폴리콤·라드웨어 등이 잇따라 삼성전자와 손을 잡거나 제휴를 추진 중이다. 특히 L4∼7 스위치 업체 라드웨어는 삼성전자와 IP네트워크 핵심장비인 스위치 기술에 관해 전략적 제휴를 추진키로 하고 본사 차원에서 협상 중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네트워크 통합(NI) 분야로 영역을 넓혀간 국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막강한 유통망과 거래사를 거느린 국내 SI 업체들을 통할 경우 수주는 물론이고 신시장 개척에도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화웨이-스리콤은 한화S&C와 F5네트웍스는 SK C&C와, 미국 통신장비 업체인 유티스타컴은 포스데이타와 각각 손을 잡았다. 폴리콤도 삼성전자 외에도 KT네트웍스·삼양데이타시스템 등을 협력사로 끌어들였다.

 ◇시장과 업계 판도에도 영향=어바이어와 삼성전자는 공동 브랜드에 로고를 같이 붙인다. 삼성의 한국 영업망과 어바이어의 글로벌 채널도 공유한다. 티모시 맥 어바이어코리아 사장은 “단순히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며 “올해부터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중국·인도 등지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의 제휴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로서는 다국적 기업을 활용해 글로벌 전략을 더욱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국적 기업이 SI 업체와 제휴하는 것은 한국 내 고객의 다양한 솔루션 요구를 수용해 수주를 더욱 쉽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SI 업체로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솔루션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전문 솔루션 유통 업체와 일일이 손을 잡지 않아도 돼 편리한 측면이 있다.

 한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유무선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프로세서가 합쳐지면서 특정 기업이 개발한 단일 제품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과 국내 대기업, SI 업체 간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시장 경쟁도 단일 품목에서 복합 솔루션 위주로 바뀔 전망이다. 국내 통신 솔루션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I 업체의 입김은 이전에 비해 세질 전망이다. 국산 솔루션 업체들은 시장 확대 기회와 함께 하도급 업체 전락의 위험을 동시에 안게 됐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