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생활가전사업..."포기는 없다" 재도약에 자존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2006년 매출과 품목별 비중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존심을 건 총력전에 나선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5% 안팎에 불과한 생활가전사업은 더욱이 4개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하는 탓에 ‘삼성이 하면 다르다’가 아닌 ‘삼성이 해도 똑같다’는 평이 나올 정도. 대내외적으로 ‘계륵’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난달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총괄’ 단위 사업조직이 ‘사업부’로 축소된 것도 전면적인 수술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진 바와 달리 윤종용 부회장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을 생활가전 재도약을 위한 시기로 삼고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3대 주력품목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생활가전, 절대 포기 없다=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에 다시 한번 역량을 추스르기로 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생활가전이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다. 통상 생활가전사업은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이익은 전 세계 시장의 절반 가까이 육박할 정도로 높다.

 또 국내 소비자들의 속성상 혼수나 이사로 인한 일괄구매 성향이 커 특정 단품만을 구입하기보다는 각종 생활가전·정보가전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마디로 생활가전을 포기할 경우 국내 가전 시장 전부를 잃어버릴 공산도 있는 셈이다. 여기다 전 세계 가전업계가 B2B·시스템가전에 눈을 뜨면서 생활가전 없이는 앞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도 걸림돌이 예상된다.

 최고사령탑인 윤 부회장의 강한 애착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윤 부회장은 예전 일본 법인장 시절부터 당시 일본 전자업계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종합가전회사’의 저력을 확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직접 사업부를 책임지려 할 정도로 여전히 남다른 애정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선택과 집중=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은 앞으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3대 주력품목 위주로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지난해 생활가전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킨지가 수행했던 컨설팅 결과나 전사 차원의 공감대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3대 전략품목 외에 전자레인지·전기오븐·청소기·비데·선풍기·공기청정기 등 이른바 ‘돈 안되는’ 사업은 정리되는 단계를 밟을 공산도 있어 보인다.

 다만 올해와 내년에 걸쳐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을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내수 시장에서 ‘삼성전자’ 브랜드를 채택한 중가형 제품 판매를 늘린다거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도 벽걸이형 에어컨을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들 3개 품목의 경우 각각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에서 올해는 세계 3위권 정도에 진입시킨 뒤 내년에는 1위를 노리겠다는 의지다.

 ◇생활가전의 성패=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올해 실적이다. 3대 전략품목은 매출이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눈에 띄게 늘려야 하고, 적자 구조도 탈피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도 3개 전략제품은 경쟁사인 LG전자에 비해 적어도 비슷하거나 추월해야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제품은 세탁기다. 세탁기의 경우 한때 내수 시장에서 LG전자를 앞질렀다 역전당한 전력이 있는데다 해외에서는 지난해까지 OEM 방식으로 공급해왔던 세계 3위 업체 ‘메이텍’이 ‘월풀’에 인수되면서 수출 물량도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가 세탁기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라며 “이를 통해 생활가전사업의 글로벌 생산·판매전략 변화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