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IT기업들 불법 SW 단속 백태 "오후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

 ‘오후 출근 새벽 퇴근’ ‘회사 간판 감추기’ ‘출입 통제시스템 장착’ ‘임직원 전원 재택근무’. 쓴웃음 짓게 만드는 이러한 현상은 모두 불법 소프트웨어(SW) 사용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업이 고안한 방법이다.

 지난 25일 ‘법의 날’이자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을 전후로 검경 및 정보통신부의 불법SW 사용 단속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기 위한 기업의 방어수단(?)이 첨단·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기업에 비해 매출 및 규모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기업들은 ‘단속 적발=폐업’이라는 인식 아래 총력체제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조정’ 등 단속 회피수단 난무=지방 소재 H기업은 4월과 5월, 9월과 10월 등 불법SW 단속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에는 출퇴근 시간을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로 조정한다. 낮 시간에 이뤄지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B기업은 입주 건물 내 안내판과 사무실 정문에 걸린 회사명과 호수가 적힌 간판을 아예 떼놓고 일한다. 이 회사 사장은 “특별히 외부 손님이 찾아올 일이 없고, 조용히 일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간판을 걸어놓을 필요도 없었는데 단속 얘기를 듣고는 아예 간판없이 지내는 것이 편했다”고 말했다.

 모 지역의 A빌딩은 지난해 빌딩 입구에 ID카드를 이용한 출입통제 시스템을 달았다. 빌딩 관리인은 도난방지 및 잡상인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 불법SW 불시 단속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단속이 시작됐다는 얘기만 들리면 임직원 전체가 재택근무에 들어가거나 아예 장기 휴가를 떠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걸리면 끝장’이라는 인식 팽배=이처럼 불법SW 사용 단속에 맞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이 난무하는 데는 일단 단속에 한 번 걸리면 폐업까지 각오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한 기업은 저렴한 임차료와 관리비 때문에 지자체 기업지원센터에 입주했다가 몇 달 만에 단속에 걸려 부과된 벌금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문을 닫았다. 대전에서는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정품SW 사용에 충실히 따르고자 값비싼 SW를 제값 주고 구입해 사용하면서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특정SW를 공유해 이용했다가 불시 단속에 적발돼 큰 손실을 입은 사례도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월 매출 몇천만원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열악한 기업이 대부분인 지역 산업계의 현실에서 단속에 적발되면 엄청난 과태료와 합의금 때문에 휘청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기업들 일벌백계에 볼멘 목소리=단속 대상인 기업들은 불법SW 단속에 원론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단속 방법과 처벌 수위 면에서 열악한 기업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 지역의 B기업 사장은 “몇몇 정품SW를 갖춰놓고 사용하지만 100% 모두 정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검찰이나 정부의 단속에 뾰족한 대책도 없다. 어찌됐든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에서는 한창 매출이 신장하거나 신제품 마케팅을 시작하는 시점의 특정 기업에 당국의 표적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지역 SW 개발업체 사장은 “불법SW 사용 자체가 근절돼야 하지만 특정 업체만을 겨냥한 표적단속은 곤란하지 않느냐”며 “업체 사이에는 언론에 나오거나 매출이 높아지는 시점에 특히 불법SW 단속을 조심하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부산의 K사장은 “1회 적발 시 경고에 이어 두 번째도 적발됐을 때 벌금을 부과하는 옐로카드제나 비교적 값이 저렴한 SW부터 정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단속을 단계적으로 벌이는 등 단속 방법에서 기업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