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마침내 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을 꾸려나갈 연합체가 탄생했다.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양대산맥인 삼성과 LG가 선봉에 섰다. 글로벌 기업을 향해 도약의 나래를 편 국내 장비·재료업체들도 서로 손을 맞잡았다. 14일 출범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향한 ‘드림팀’이다. LCD, 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사 200여개가 의기투합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메가톤급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이미 LCD 36.3%, PDP 52.7%, OLED 39.9%의 세계 시장점유율로 디스플레이 전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협회 출범은 한국이 세계 최강을 넘어 세계 디스플레이 메카로 거듭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숱한 진통 끝에 협회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이면에는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처한 위기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이 부활하고, 후발주자인 대만의 추격도 거세다. 다크호스 중국의 빠른 성장세 역시 위협적이다.

 실제 PDP는 지난해 국가별 시장점유율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1등 기업 타이틀은 일본 마쓰시타에 내줬다. LCD는 매출 기준으로 대만보다 불과 0.1% 포인트 앞서는데 그쳤다. 일본과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장비·부품·소재 등 전방산업의 위기감은 더하다. 자칫 잘못하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대만·중국으로 주도권이 바로 넘어갈 처지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협회 출범이 절대 ‘만시지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회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대만·중국 등 ‘3중 샌드위치’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날 ‘상생협력’은 첫손으로 꼽힌다. 대­기업-대기업간 협력,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 등 이미 업계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생협력의 구심점으로 협회가 하루 빨리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미 일본과 대만은 이같은 상생협력을 실천중이다. 일본의 경우 도시바, 마쓰시타, 캐논 등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과의 합작’도 불사할 정도다. 최근에는 ‘타도 한국’을 위해 일본 기업이 대만 패널 구매량을 늘리는가 하면 중국기업과 합작을 확대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상생까지 감행하는 양상이다.

 협회 출범과 함께 200여개 회원사가 공동 채택한 ‘상생협력 결의문’은 첫 걸음이다. 미래 원천기술 공동 연구 개발, 수직계열화식 구매 관행 타파, 기술선도를 위한 특허 협력 등 협회 출범을 계기로 합의한 실천방안은 한국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이 분명하다. 협회는 나아가 상생협력이 디스플레이 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TV 등 완제품 업계로 확대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상생협력과 맞물려 장비·재료·부품분야의 글로벌 기업 육성도 협회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그동안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패널에서는 세계 최강을 이뤘지만, 전방산업은 일본과 미국 등에 주도권을 내줘 위태로운 ‘외발 자전거’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전방산업의 도약은 결국 패널업체의 제품 및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협회 설립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백년대계를 세울 터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협회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온 산업 정책수립, 신기술 지원 등 산업발전 로드맵이 보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수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회 출범으로 다양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의 실천이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특히 무한 경쟁으로 빚어진 소모적인 감정 대립이 빠르게 해소될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맏형격인 삼성과 LG의 대승적 협력과 협력사들의 동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다행히 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삼성전자 이상완 사장은 “감투보다 산업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LG 역시 포괄적인 협력안을 제시하고 초대 회장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협회 산파 역할을 한 디스플레이장비·재료협회도 발전적 해체를 선언했다. 대대손손 물려줄 디스플레이 강국을 위한 첫 단추는 꿰어졌다. 디스플레이 코리아, 이젠 ‘거침없는 하이킥’만 남았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