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리콘밸리의 고민

[기자수첩]실리콘밸리의 고민

미국 정보통신(IT)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닷컴 거품(버블)이 꺼진 지 6년여 만이다. 웹2.0 기업의 등장과 함께 갈 곳 없던 미국 경제의 유동자금이 실리콘밸리로 몰리면서 한적했던 샌드힐(실리콘밸리 내 벤처캐피털 밀집지역)은 투자자의 발길로 모처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M&A 전문 사모펀드까지 IT업체에 관심을 보이자 업체의 몸값은 1∼2년새 폭등했다. 실리콘밸리는 다시 전성기를 맞는 것일까.

 새너제이 선 본사를 방문해 만난 일부 현지인은 의외로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 멤버로 25년간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로 활동한 존 게이지 부사장은 “웹2.0이 아니라 버블2.0이 될 조짐이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른바 3대 테마로 꼽히는 태양에너지·바이오·해수담수화 기술에만 투자가 몰리기 때문에 IT산업에 올바른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는 것. 반면에 벤처캐피털에 돈이 넘쳐나지만 3개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 업체는 찬밥 신세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조너선 슈워츠 선 CEO는 “선·구글·세일즈포스닷컴 등 웹2.0 기업의 매출이 총 2000억달러를 육박한다”며 “이런 실적을 보고도 거품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분명히 2000년 조정기를 거친 실리콘밸리는 지금 살아남은 기업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과거를 한번 돌아보자. 90년대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것은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재가 있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혁신이 가능했다. 오늘날은 기업 수가 늘어나는 데 비해 인도·중국 등 해외 인재 수급이 비자 제한 정책에 가로막힌 탓에 기업은 만성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한편으로는 벵갈루루 등 새로운 IT 허브도시가 실리콘밸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리콘밸리 사람도 그들을 미래의 경쟁자로 의식하기 시작했다.

 오르막의 끝은 내리막의 시작이다. 웹2.0이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리콘밸리는 지금 잔치를 즐기기보다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새너제이(미국)=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