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초난감 기업의 조건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클로즈업]초난감 기업의 조건

 ■초난감 기업의 조건

 릭 채프먼 지음. 박재호·이해영 옮김. 에이콘 펴냄.

 

 제목부터 난감하다. 대부분의 이른바 ‘전통적인’ 경영서는 초일류기업이나 성공한 벤처가 되는 조건을 분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실패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니.

 ‘초난감 기업의 조건(원제 In search of stupidity)’은 1982년 출간돼 일약 밀리언셀러가 된 ‘초우량기업의 조건’을 패러디한 책이다. ‘초우량기업의 조건’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직원 애사심을 고양시켜 성공이 꽃피는 기업문화를 창조하는 기분 좋은 일화를 소개함으로써 당시 ‘메이드 인 재팬’ 자동차와 가전에 참패해 의기소침해진 미국인을 어루만졌다. 그러나 ‘초난감기업의 조건’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닌 ‘초난감한 아둔함’이라고 지적한다.

 저자 릭 채프먼은 30년 가까이 마이크로프로·애시톤테이트·IBM·인소·마이크로소프트·노벨·데이터이지·선마이크로시스템스·테라데이터 등 수많은 IT기업에 근무해 오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보고 들은 기업의 실패담을 날카로운 분석을 곁들여 제공한다.

 그 가운데는 아직까지 건재한 마이크로소프트·IBM 같은 회사도 있고 애시톤테이트처럼 한때 업계를 장악했으나 결정적인 정책 판단 오류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스러져간 업체도 포함된다.

 책에 소개된 기업 위치에서야 그다지 즐거울리 없겠지만 독자는 한 기업의 낯부끄럽고 아픈 추억을 들춰내 비틀고 꼬집는 저자 특유의 독설적인 화법에 빨려 들어가 책장을 넘기게 된다.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끼워파는 비겁한 방법으로 경쟁업체 넷스케이프를 거꾸러뜨린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일로 인해 미 법무부의 반독점 칼날을 맞는 자충수를 두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살짝 통쾌해지기까지 한다.

 한때 PC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IBM이 자만에 겨워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고 결국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까지 과정이나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구글의 강력한 검색 기능으로 인해 언론에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자 이에 보복했다가 회사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던 아찔한 순간까지 ‘일류기업의 일류답지 않은 행보’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저자는 또 한국어판 서문에서 최첨단 선진 국가의 기로에 선 한국 기업이 이런 초난감한 실수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의 비자금 파문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보편적이며 어리석음은 역사의 상식과 경험을 무시하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변호하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선대 기업의 실수를 부디 기억해 되풀이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그의 말처럼 한국에 부디 행운이 있기를. 1만8000원.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