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IT(GT)가 미래다](5)모빌리티 시대 견인

도서관에서 노트북PC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도서관에서 노트북PC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의 시대다. 인류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제약도 없이 노트북PC를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며 휴대폰으로 상대방과 통화하고 TV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유목민’을 꿈꾼다.

 특히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는 모빌리티 시대로 이끄는 견인차다. 2차전지 산업의 발달로 PC·디지털카메라·캠코더·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는 소형화·경량화·고기능화했다. 유선에서 인류를 하나둘씩 해방시켰다.

 주목할 것은 2차전지의 핵심 기술도 ‘그린 테크놀로지(GT)’라는 점이다. 소재가 친환경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야 한다. 이물질 하나 용납하지 않는 세심한 제조 공정도 필수적이다. ‘GT를 가진 자가 모바일 시장을 지배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환경오염 물질 ‘아웃’=2∼3년 전까지만 해도 2차전지 소재로 니켈카드뮴(Ni-Cd)·니켈메탈하이드라이드(Ni-Mh) 등이 쓰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지 형태는 완전 방전하지 않고 재충전하면 수명이 줄어드는데다 카드뮴·납·수은 등 환경 위협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퇴출 1호로 꼽히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배터리 원재료를 친환경 소재로 엄격히 규제한다. 전문가들은 구형 휴대폰 단말기 1개에서 나오는 카드뮴양만으로도 60만ℓ의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60만ℓ면 올림픽 경기 수영장의 3분의 1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명가의 영광과 굴욕 ‘리튬 이온 배터리’=리튬 이온 배터리는 기존 2차전지보다 사용시간은 길면서도 무게는 훨씬 가벼워 2차전지업계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특히 일본은 탄탄한 산업적 토양을 바탕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 산업을 집중 육성, 전 세계 2차전지 시장의 90%를 점하는 호황을 누렸다.

 명가의 굴욕이 시작된 것은 2년 전부터다. 마쓰시타·소니는 물론이고 리튬 이온 배터리 1위인 산요까지 자체 제작한 배터리를 리콜했다. 한국·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에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린 일본업체들이 제조 공정을 간소화해 불량 제품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결국 2007년 일본배터리협회·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 등 100여개 일본 기술 단체는 배터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안전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공동 사과문과 다름없다.

 ◇차세대 2차전지 기술을 잡아라=후지경제는 전 세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2010년까지 2조엔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트북PC·휴대폰·디지털카메라·캠코더·MP3플레이어 등 전통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로봇·의료용기기까지 유비쿼터스 시대의 필수적인 에너지 장치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2차전지 기술의 핵심은 에너지효율·안전성·친환경성 등 GT로 요약된다. 리튬 이온 전지도 수분과 반응하거나 과전압·충격 등이 가해지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약점이 발견되면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LG화학·소니 등은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인 폴리머를 사용, 폭발 위험성을 줄였다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 생산에 열을 올렸다. 미국 신생업체 징크매트릭스는 폭발성 없는 은-아연 배터리를 선보였다. 연료전지(fuel cell)도 주요 대안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공급되는 한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열손실이 없어 내연기관보다 효율이 2배가량 높다. 연소될 때 배기 가스 대신 물이 나와 환경 친화적이다.

◆ 지난해 6월 애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얼리어답터들이 주목한 것은 배터리 용량이었다. 터치스크린에 화려한 동영상 재상 기능을 갖춘 아이폰이라도 자주 방전된다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아이폰은 배터리 1회 충전으로 8시간 연속 통화, 6시간 인터넷 서핑, 7시간 동영상 재생 등 탁월한 배터리 성능 면에서 합격점을 받아 큰 인기를 끌었다. GT는 이제 디지털 기기의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

 모바일컴퓨팅 시대의 관심사는 성능만이 아니다. 2년에 두 배 이상 발전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성능 향상에 따른 발열 문제, 배터리 소모 문제와 같은 GT는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어디서나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다. PC를 옷처럼 입는(웨어러블 PC)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GT는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세계 정보기술업계는 GT 확보를 위해 2차전지 기술뿐만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냉각 등 모든 기술을 동원한다.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가 최근 차세대 저장장치로 떠올랐다.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비해 여러 장점이 많지만 특히 전력 소모가 적은 것도 소비자를 유혹한다.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노트북PC·울트라모바일PC 등 외부 전원이 아닌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바일 제품의 고가 제품에는 SSD가 필수적이다.

 차세대 주자인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도 적은 전력 소모량이다. 지난 1월 CES에서 두루마리 전자종이를 선보인 LG필립스LCD는 화면이 바뀔 때만 전력을 쓰는 독특한 전력 보존 기술로 화제를 모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열을 내뿜는’ 부품들은 디지털 기기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몰렸다. 노트북PC에 발열이 가장 심한 곳은 CPU·그래픽 카드다. CPU는 과열되면 80도까지 올라간다. 클록 속도가 제 아무리 높아도 PC제조사 처지에서는 주문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열 공기를 제어하는 물리학적 노하우와 정교한 설계 기술이 뒷받침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CPU 단가는 떨어지고 고가의 냉각팬이 잘 팔리는 일도 흔한 일이 됐다.

◆토막상식-전기료 아끼는 방법

 컴퓨터는 근무시간 내내 켜 있지만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어떤 가정에서는 컴퓨터를 밤새도록 또는 주말내내 켜 놓은 일도 있다. 에너지절약마크가 부착된 절전형 컴퓨터를 선택하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절전모드로 자동 변환된다.

 절전모드를 3분 이내로 설정해 사용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윈도ME·윈도2000·윈도XP 운용체계(OS) 기반의 PC를 사용한다면 최대절전모드를 설정하면 에너지절약효과를 더 거둘 수 있다.

 가정에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가전제품인 냉장고는 전력소비량을 확인하고 알맞은 용량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에너지소비효율은 숫자가 낮을수록 절전형 제품이므로 1등급 냉장고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장고는 3등급에 비해 23%의 에너지절약효과가 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