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6)실태점검-출판·만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만화불법스캔으로 발생하는 피해액

 국내 대표적 인기만화인 ‘열혈강호’ 시리즈는 2005년 이전에는 편당 10만권 이상 발행됐다. 그러나 2006년 출판된 38, 39편은 5만권 이하로만 발행됐다.

 만화저작권 보호협의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만화 ‘데스노트’의 2006년 불법스캔 단속 건수는 3만5000여건에 달했다. 이는 실제 판매량과 유사한 수치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불법스캔만화로 인한 피해액은 1600여억원이다. 업계에선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 주재국씨는 “최근 포털의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불법콘텐츠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일일이 모니터링이 불가능해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 심각=문화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2007년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불법스캔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430여억원. 2006년 462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단속에 의한 일시적 감소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향후에는 수입만화가 저작권 침해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저작권 보호 수준이 높은 미국·일본 등과 FTA를 체결하면 해당국가가 한국 이용자에게 직접 저작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6년 공유 유형별 단속 결과에 따르면 P2P·웹하드·포털 모두에서 국산만화보다 수입만화의 저작권 침해 사례가 많다.

 P2P에서 국산만화는 7만6875건이 적발됐고 수입만화는 27만3913건이 적발됐다. 이 중 국산만화에만 439건을 형사조치했다. 아직 수입만화의 저작권 침해는 형사조치한 사례가 없다.

 ◇저작권 인식 미흡=다른 장르에 비해 만화는 저작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그 이유로 업계 관계자는 “영화나 음악에 비해 만화의 저작권 침해 사례는 덜 부각된다”며 홍보의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오덕영 부천만화센터 산업진흥팀장은 저작권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저작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전국에 만화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 중 저작권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호흥 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저작권 교육을 실시할 때 만화가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며 “오히려 저작권이슈에 대비하려는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밝혔다.

 ◇교육과 이용 활성화 대책 펼쳐야=이에 단속 일변도가 아닌 만화이용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주재국씨는 “우리 만화를 사랑해 달라는 식의 애국심마케팅은 실효성이 없다”며 “합법적으로 만화를 볼 수 있는 창구를 늘려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신작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처럼 만화출판정보를 손쉽게 알릴 수 있는 사이트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화콘텐츠 진흥원의 자료는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의 절반 이상(55.5%)이 친구나 주변인을 통해 입소문만으로 작품정보를 입수한다는 것이다. 저작권 교육의 중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예컨대 온라인만화저작권협의회는 캐릭터 페어와 같은 대형행사에서 만화저작권보호를 위한 캠페인으로 이용자의 관심을 끈 바 있다. 곽현창 온라인 만화저작권협의회 사무국장은 “캐릭터페어에서 저작권보호 캠페인을 진행한 후 단속 신고 건수가 10배 이상 느는 등 이용자 인식 제고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 유료화 서비스 시도들

 온라인에서 불법 스캔 만화를 보는 데 익숙한 소비자를 합법적인 시장으로 이끌려는 시도가 정착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우리만화연대 등 만화계가 힘을 모아 만든 코믹타운(www.comictown.co.kr)이 대표적인 예다. 2006년 11월 문을 연 코믹타운은 중견·신인 만화가들이 신작을 온라인 연재를 중심으로 하는 한편, 기존에 출간된 단행본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수한 신인을 발굴하고 기성작가들을 변화하는 만화 매체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한 시도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김수용 등 유명작가가 신작을 연재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온라인 만화 웹진 만끽닷컴(www.mankick.com)도 새 작품의 온라인 연재를 중심으로 완결된 만화를 서비스하고 있다. 문을 연 지 1년 남짓된 만끽닷컴은 우수한 작가를 꾸준히 발굴해 독자가 읽고 싶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유료화를 진행했다. 만끽닷컴을 통해 연재된 윤태호 작가의 이끼는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다음·네이트닷컴 등 포털은 정액제 모델을 통해 만화팬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만화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는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나눔으로써 합법시장 연착륙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운영하는 만화포털 만화규장각(www.kcomics.net)은 만화가 개인 홈페이지와 등 합법적인 경로로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있다. 또, ‘buy코믹’이란 코너에서 만화출판사 할인, 중고만화 거래 장터 등 사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만화를 즐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선비정신 탈피해 산업화에 대비할 때

 지난해 초 유명 만화가 이현세씨가 저작권 침해 행위로 소송을 당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0여년 전 발간한 ‘뽕짝’의 스토리 작가 양병설씨가 “이씨가 나의 동의 없이 인터넷 회사에 만화 판권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분쟁이 만화스토리작가협회와 만화가협회 간의 협의사안으로 넘어가고 양 작가가 소를 취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후 비슷한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스토리작가와 만화작가의 공동 저작권 문제가 부각됐다.

 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만화계에서 갑자기 불거진 권리관계 논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현세 만화가협회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단언했다. 디지털 환경이 원작 만화의 다양한 활용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작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저작권자 사이의 분쟁이 당사자 간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전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000만부 이상의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학습만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출판사와 작가의 저작권료 분쟁을 거치며 무한한 기회를 놓친 것은 업계의 큰 손실이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지만 원작 만화가 홍모씨가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며 배급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의 과정을 겪으며 결국 개봉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출판 만화 제작 시에 이미 인터넷 판권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등 향후 등장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일본의 사례를 배워야만 우리 만화 산업이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세 회장은 “계약서라는 말 자체가 낯설지만 이제는 말하기 불편해도 얘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만화가 고귀한 창작행위임에는 분명하지만 ‘고귀한 선비 정신’에 매몰돼 산업적인 요소를 도외시한다면 발전은 없다.

 <특별 취재팀>팀장=강병준@전자신문,bjkang@etnews.co.kr, 장동준, 정진영, 이수운, 최순욱,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