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M 잠금 해제 정책에 소비자는 없다

 지난주 3세대(G)폰에 가입한 이모씨(31). 기계 결함으로 갑자기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급한 업무가 있었던 이씨는 당분간 같은 3G 모델인 부인의 휴대폰에 자신의 가입자인증모듈(USIM) 카드를 꽂아 사용하기로 했다. 휴대폰 보호서비스를 해제하고 USIM 잠금(로크)이 풀려 있는 것을 확인한 후 USIM 칩을 바꿔 끼웠지만 수신 안테나가 뜨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이씨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개통한 지 한 달이 지나야 USIM 기기변경 사용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회사 야유회에서 최신 3G폰을 경품으로 받은 정모씨(35). USIM 잠금이 풀려 휴대폰을 스스로 개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한번 해보기로 했다. 사용하고 있던 단말기에서 USIM을 빼 새 단말기에 넣었지만 인식이 되지 않았다. 새 단말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정씨는 서비스센터에 가봤지만 기계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상담직원은 이전에 사용 이력이 없는 단말기는 직접 대리점에 방문해 개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의 USIM 잠금 해제 정책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규 개통 1개월 이내, 개통한 적 없는 새 단말기 등은 USIM을 활용한 단말기 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SK텔레콤과 KTF가 가입자 휴대폰의 USIM 잠금을 풀었다고 밝혔지만 일부 고객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무늬만 해제’였던 셈이다.

 실제로 SKT나 KTF는 모두 3G 신규 가입자의 USIM 기기변경을 제한하고 있다. SKT는 USIM을 교체해서 다른 단말기를 쓰려면 가입 후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즉, 5월 초에 단말기를 구입했다면 5월분이 정산되는 6월 중순이 지나야 USIM 이동을 할 수 있다. 이통사가 임의로 정한 단말기 판매 절차에 따라 수수료를 정산해야만 판매가 완료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F는 최초 개통 후 2개월간 USIM 교환 사용을 막는 ‘휴대폰 보호서비스’가 자동 적용돼 USIM 기변이 제한된다. 이 기간 중에 단말기를 바꿔 사용하려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이전에 개통 이력이 없는 공기계는 USIM을 통한 자가 개통이 불가능하다. 사용 후 해지한 일명 ‘장롱폰’은 USIM을 넣어 다시 쓸 수 있지만 새로 단말기만 구입했을 땐 제한되는 것이다. 결국 이통사를 거치지 않은 단말기는 사용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모젠 단말기(텔레매틱스) 등 특수 휴대폰 △대여 단말기, 임대폰 등 △일시정지 상태 휴대폰 등도 USIM 교환 사용이 불가능하다.

 SKT 관계자는 “대리점에 대한 수수료 정산 이후 USIM 기변이 가능해지는 것은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다”면서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새로 개통한 것으로 위장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기계의 자가 개통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이런 정책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통사의 업무 편의 때문에 소비자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셈이다. 가입자들은 이런 태도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씨는 “USIM 잠금 해제로 휴대폰을 편리하게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말뿐이었다”면서 “소비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 또한 “USIM 기변 변경 제한의 사전 고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지혜기자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