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융합시대]차별화로 공략한다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이 차별화를 꾀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자사 기술을 이용, 싱가포르 배 위에서 와이브로를 시연하고 있다.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이 차별화를 꾀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자사 기술을 이용, 싱가포르 배 위에서 와이브로를 시연하고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 말처럼 힘차게 달리고 있는 중견 IT서비스 기업에 ‘특화’라는 채찍질이 더해지고 있다. 중견 IT서비스기업이 쇄신을 거듭, 대기업과 경쟁해 IT서비스 산업 발전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저마다 처한 환경도 다르고 사업 분야도 각양각색이지만 ‘성장’은 산업분야나 회사규모를 막론하고 IT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그중에서도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것인지 방법론을 고심하고 있다.

 그들의 약진 전략은 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산업별 특화 전략으로 해당 분야 최강자로 부상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 있는가 하면, 솔루션 기업이나 관련 IT서비스 기업을 인수해 경제성을 도모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또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대형 IT 기업에 쏠려 있는 시장을 파고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하면, 특화된 솔루션을 확보해 신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전략적으로 헤쳐 모여=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은 지난 3월 27일 ‘중견정보기술(IT)서비스기업협의회’를 발족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산하 협의회로, 한진정보통신·롯데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 등 14개 중견 IT서비스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 중견 IT서비스 업체는 그 나름대로 특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지닌만큼, 특장점을 토대로 상호 협력해 정보화 사업 경쟁 때마다 피부로 느껴온 인지도·인력 등의 열세를 반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신세계 I&C와 한화 S&C는 지난 4월 e러닝 공동사업을 위해 양해각서를 교환했고, 동부CNI와 한국IBM은 지난 6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제휴를 하는 등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 좋은’ 솔루션 확보전=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사가 개발하지 못한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서 여러 업체들과 협의 중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개발비가 절감될 뿐 아니라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결합, 고객에게 국경을 넘어선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동양시스템즈는 CSC사와 보험 관련 솔루션 공급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쌍용정보통신은 에릭슨코리아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공략을 위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정보통신은 이컴앤드시스템과 2차원 바코드 분야에서 협력, 그린 IT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전자태그(RFID) 특화=올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기관 전자태그(RFID) 확산 사업에서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총력전을 펼친다. 신사업인 RFID 분야에서는 적어도 기존 대기업 프리미엄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가 향후 5년간 RFID 확산 사업에 총 3119억원을 투입하고, 항만 등 주요 업종에 RFID 의무 부착을 진행할 예정이라 경쟁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포스데이타는 작년 발빠르게 본사 연구소에 RFID/USN 테스트베드 센터를 설치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RFID 관련 솔루션 기능을 검증함은 물론이고 산업화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또 RFID 전문업체와 협력, 태그 및 리더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우정보시스템 역시 RFID 전담 조직인 유비쿼터스 사업추진단을 설립, 올해까지 20명 규모의 인력을 확보하고 RFID 미들웨어 개발을 위한 기획 업무에 들어가 시장 선점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중견 IT서비스기업의 해외진출 현황

중견 IT서비스 기업의 해외진출도 국내 전략과 마찬가지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자사가 가진 특화된 기술력과 솔루션을 십분 활용,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 시장의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글로벌’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으면 싸움밖에 안 된다는 게 IT서비스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글로벌화’에 대한 결실은 올해 하나둘씩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간 씨앗을 뿌려둔 덕분이다.

 중견 IT서비스사들은 주로 동남아권이나 신흥시장을 해외사업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시장에서는 기술적으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으면서도 글로벌 선진기업보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축적된 최적의 구축 모델을 토대로 단기간에 더욱 적은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주면서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개도국 시장은 변동성이 커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비용을 산정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한 중견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해외 경험을 통해 직원들의 능력을 배양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리스크가 있지만 그만큼 진출한 나라를 거점으로 주변 나라 프로젝트를 추가로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진정보통신은 자사가 주력하는 GIS사업 부문에서 최근 모로코 항공사진측량 사업의 기술자문 역할을 맡아 첫 해외사업의 쾌거를 이루어 냈다. 모로코 테투안시 지역에 대한 항공사진측량 기술자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사업은 내년 3월까지 총 5개월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동양시스템즈는 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금융 IT시장 진출을 위해 베트남 IT회사와 합작, 조인트벤처사를 설립한다. 베트남 현지 증권·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각종 IT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IT 인프라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하게 된다.

 쌍용정보통신은 스포츠SI라는 특화된 기술력을 토대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세계 스포츠SI 시장에 얼굴을 알린 데 이어 그동안 공을 들여 준비한 차기 주자인 방송SI도 마침내 ‘중국 광둥성 TV포털(IPTV)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 본격 나선다.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 장비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200만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바탐시 전자정부사업과 몽골 외무부 전자문서보관소 구축사업을 수주했고 2000만달러 규모의 라오스 국립대학 교육인프라도 구축했다. 아시아·남미·중동 등을 중심으로 와이브로 상용장비도 공급하고 있다.

 김현수 IT서비스학회장은 “국내 IT서비스 기업과 유관 기관들이 해외 시장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에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데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성공 및 실패사례 등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해외 시장 창출 전략을 도출해 정부 측에 활성화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