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D, 광저우 모듈 공장을 가다

[르포]LGD, 광저우 모듈 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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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요약해 흔히 QCD라고 한다. 품질(Qualrity)·가격(Cost)·인도(Delivery)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이 세 가지에 지속적·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각 생산 공정간 ‘거리’다. 개별 협력사 사이 거리가 멀어지면 물류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여지가 많아진다. 배송비용 증가가 제품 전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납기 시점에도 변동성이 심해진다. 제조업 CEO들은 어떻게 하면 각 협력사간 거리를 좁혀 ‘집적 효과’를 극대화시킬지를 고민한다. 공정이 복잡하고, 수십개 협력사가 얼기설기 엮인 LCD 패널 제조업은 이런 경향이 특히 심하다. 이 점에서 지난 20일 방문한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은 QCD를 제고하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BLU조달에 단 10초=지난해 12월 문을 연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LGDGZ, 법인장 신정곤)은 집적 효과의 결정판이었다. LCD 모듈 절반을 차지하는 백라이트유닛(BLU) 협력사가 모듈 라인 바로 아래층에 있다. 두 업체간 거리는 불과 십수개의 계단이 전부다. 총 2층 건물에 1층은 BLU 협력사인 뉴옵틱스가, 2층은 LG디스플레이 모듈라인이 입주했다. 1층에서 생산한 BLU를 엘리베이터에 실어 곧바로 위층에 올려보낸다.

 기자가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1·2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부지런히 BLU를 실어 날랐다. 신정곤 법인장은 “BLU 조립공정과 모듈공정을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LGDGZ 경쟁력의 원천은 공정간 즉각적인 대응력에 있다”고 말했다.

 2층에선 TFT-LCD 기판과 BLU의 조립 공정이 이뤄졌다. 인쇄회로기판(PCB) 조립 공정에는 현지 협력 업체 직원들이 파견돼 직접 작업을 돕는다. 작업자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다. 한눈에 봐도 어느 회사 소속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단지 내 스카이워스까지 불과 10분=작업이 완료되면 중국 현지 세트업체로 인도된다. LGDGZ 방문차 들렀던 광저우 공항까지 45㎞, 스카이워스·콩카 등 중국 현지 LCD TV 세트업체들이 밀집한 선전에서 120㎞ 거리다. 이르면 올 연말께 완공되는 중국 최대 LCD TV 업체 스카이워스 공장과 불과 1.6㎞ 거리로 단지내 입주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보니 버스로도 채 10분이 걸리지 않을 만큼 지척이다. 라디안트·한성전자·우리테크·지수전자 등 각 공정별 협력사도 같은 단지 안에 위치했다.

 LGDGZ의 또 다른 경쟁력은 풍부한 전력공급 인프라다. 착공에 들어가기 전 광저우 주 정부와 협의하에 A급 배선로를 배정받았다. B·C급 배선로가 여러 지역을 거쳐 연결된 반면, A급 선로는 송전소에서 직통으로 전기가 들어온다. 전력수급이 극도로 악화됐던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하루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LGD, 중국 정부에 지속적인 투자 약속=이 같은 이점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LGDGZ에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크게 A·B·C로 나눠진 139만5121㎢(42.2만평) 부지에 총 5억9000만달러를 투자키로 중국 정부와 협의했다.

 지금도 부지 여기저기에 새로운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공사로 부산하다. 연간 약 1100만대의 LCD모듈 생산 시설을 갖췄다. 2010년까지 총 3500만대 규모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신정곤 법인장은 “협력사 동반입주로 LGDGZ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들도 값싼 노동력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꾸준한 직원교육을 통해 수율도 99.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광저우(중국)=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