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보· 신보 통합 신중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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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벤처 및 중소기업의 큰 관심을 받아온 기술보증기금(기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 통합 결정이 연말로 또다시 늦춰졌다. 정부는 10일 당정협의를 거쳐 3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를 놓고 “원칙적으로 통합하는 게 맞지만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해 연말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 통합은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환경에 긍정적 요인보다는 부정적 요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금은 글로벌 금융쇼크와 키코(KIKO)로 흑자를 내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마저 존폐를 걱정하고 있는 시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밝혀온 것과 달리 정부가 두 기관 통합을 보다 신중히 처리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기보는 벤처와 이노비즈(기술혁신) 기업에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두 기관 통합은 결코 시한을 정해 추진할 것이 아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보다 철저한 통합 효과 검증과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애초 지난 8월 말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 때 이 문제를 결론내려 했지만 3차 발표 때로 연기한 것이다.

 이번에 이 문제가 다시 연말로 미뤄지면서 앞으로 두 달여가 남았는데 정부는 토론회와 청문회 같은 광범위한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악화 같은 외부 변수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두 기관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면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989년 기술보증 필요에 따라 신보에서 독립한 기보는 신보와 달리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한 기술 금융에 주력하면서 그동안 기술력 있는 벤처 및 중소기업의 든든한 자금 담보 역할을 해왔다. 작년 말 기준 보증 규모도 11조2500억원이나 된다.

 특히 기보는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지난해만 해도 95%의 담보 보증을 재무보다 기술성과 사업성을 기반으로 시행할 만큼 기술 계량화에 노력해왔다. 일반 보증기관인 기보와 신보를 통합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지 보다 철저한 검토가 요구되는 이유기도 하다. 또 세계적인 기술 패권시대와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전무한 현실에서 기술금융이 보다 강화돼야 할 터인데 자칫 두 기관 통합으로 벤처 및 우수 기술 중소기업이 이전보다 자금운용에 애로를 겪는다면 이는 우리 경제에도 마이너스다.

 여러 벤처단체들이 두 기관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엔젤투자자나 연기금의 벤처 투자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두 기관 통합은 기보의 기술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아온 수많은 기술 중소·벤처기업의 자금환경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신보 통합이 새 정부가 내건 야심 찬 공기업 개혁의 핵심사안이기 때문에 공기업 개혁이 흐지부지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로서는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 또 두 기관의 업무가 유사하고 이에 따른 중복 보증 문제도 어떻게든지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중 기보의 보증을 이용하지 않는 기업이 거의 없는데 우수 중소기업의 자금 운영 애로를 초래할 두 기관 통합을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