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정보통신부 해체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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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포럼]정보통신부 해체와 그 이후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소가 세계 6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 IT 산업 경쟁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8위를 기록, 작년보다 5단계나 추락했다. 디지털 기술의 가파른 발전과 표준화로 인해 통신·방송·컴퓨터산업의 구분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멀티미디어산업의 핵심 요체인 네트워크·단말기·소프트웨어·서비스·기술 등 각 분야가 상호융합,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방송과 통신의 융합추세를 애써 외면한 채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 등 각 부처가 주도권 다툼으로 일관해 왔고 이는 결국 정통부 폐지라는 극약처방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만든 정통부의 공은 높이 평가하지만 국가 전 분야가 정보화·디지털화돼야 하는 패러다임을 볼 때 정통부의 존재가 오히려 IT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식이 권력 엘리트들의 생각을 지배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현 정부의 최대 실수를 든다면 정통부 폐지를 지적하고 싶다. 전 세계적인 추세인 집중과 통합, 융합이라는 패러다임에 비해 IT 관련 정부조직은 오히려 정반대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개편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심지어는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현재 관장하고 있는 업무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지식경제부는 ‘지식기반경제(knowledge based economy)’를 주관하고 있지 않다. 굴뚝산업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365일 24시간 인터넷·소프트웨어·콘텐츠·영화·e러닝·우편·방송·통신·출판 등 문자 그대로 지식경제의 진흥정책에만 골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부처라야 진정한 지식경제부라고 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의 통제 범위(The span of control)는 현재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넓다. 애당초 정부조직 개편 때 부처별로 분산돼온 기능을 통합, IT 정책과 진흥을 다루는 부처와 규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각각 설치, 별도조직으로 운영했어야 옳았다. 정부조직 개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만큼 방통위가 지니고 있는 현재의 여건을 감안,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방통위의 장관급 위원장 1명, 차관급 위원 4명을 포함한 고급인력을 활용, 방통위 조직과 업무를 개편, 보강해 규제위원회 성격을 띠고 있는 현 방통위의 위상을 IT산업 진흥과 규제, 그리고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기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둘째, 현재 논의되고 있는 IT정책조정협의회(가칭)를 조속히 구성하되 관계부처(방통위·재경부·문화부·행안부) 외에 청와대, 총리실, 재경부 등의 관계자를 포함, 방통위가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셋째, 주요 IT정책과 정보통신진흥기금 등 민감한 사항은 협의회를 거쳐 처리하는 등 업무분산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은 적지만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IT 분야의 고용을 확대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한때 IT 우수인력 고용창출의 산실이었던 많은 벤처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때다.

 신윤식 한국유비쿼터스농촌포럼 대표·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shinyunsik@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