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털, 사회적 책무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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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 업계가 자율적으로 인터넷 자정에 나섰다. NHN 등 인터넷포털 7개사가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율규제협의회’를 결성하고 건강한 인터넷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번에 자정 선언을 한 7개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이사회와 심의위원회, 사무처 등으로 구성된 이 협의회는 업계 공동의 자율규제를 통해 신속한 이용자 피해 구제와 권익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새해 1월부터 위법·유해 게시물에 공동으로 대처할 예정이라니 주목된다.

 그동안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두고 비난 여론이 많았다. 뒤늦게나마 업계가 자율규제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물론 건강한 인터넷 문화는 포털 혼자만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개인이 먼저 자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인터넷이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정보의 보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이 같은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의 관문이 되는 포털 역할이 중요하다. 만일 포털이 상업성에 지나치게 매몰되거나 어느 한쪽에 치우칠 때는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지난날의 광우병과 악플 파동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사실 돌이켜보면 포털의 역할에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외형적인 나홀로 성장에만 급급해 주변 산업의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인터넷 벤처기업이 좋은 예다. 지난 2000년 이후만 해도 인터넷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경제에 큰 활력이 됐지만 지금은 포털이 버티고 있는 바람에 인터넷 벤처기업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영화를 비롯해 음악 등 각종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을 방관, 관련 산업을 고사 위기에 몰아넣은 것도 포털이 직접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10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개봉됐지만 정작 수익을 거둔 것은 7편에 그치고, 또 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올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조차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는데, 이는 포털을 통해 각종 영화가 불법 유통되면서 2차 판권시장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음반산업도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면서 몇 년째 불황에 고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대형 포털의 부동산 서비스 직접 진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한 바도 있다. 가히 포털이 손대는 곳마다 기반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포털이라는 매개체와 익명성이라는 인터넷 특성을 악용한 일부 네티즌의 비방과 험담은 이미 오래전에 위험수위를 넘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포털에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포털의 부작용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여권이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또 포털의 뉴스서비스를 신문법에 따라 규제해야 한다는 미디어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포털을 매개로 한 악플과 광우병 파동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0년 전 창립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으로 부상한 구글은 지금도 ‘악해지지 말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우리 인터넷기업도 이번 협의회 결성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