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80%를 웃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사상 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며 열렬한 기대와 환호 속에. 잔치도 그런 잔치가 없다. 세계로 생중계한 오바마 취임식을 10억명 이상이 시청했다. 미국 첫 흑인대통령을 향한 관심도 컸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이 과연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인지에 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쪽에선 손뼉만 치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지난해 오바마의 당선 이후 예고된 신보호무역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이미 오바마정부와 사전 교섭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적극적이다. 오바마정부가 실리를 이유로 중국 편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일본은 오바마 취임 전 총리가 회담을 가지려다 무산되자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개최되는 제2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제 및 외교 현안에 대한 우호 관계를 재차 확인하려는 차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우선 해결과제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거론하자 최근 아프가니스탄 신도시 개발 및 4억달러 민생 지원방안을 내놨다. 발빠른 포석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우리는 닻을 올린 오바마정부에 어떤 대응을 하는가. 오바마정부의 정책 분석과 인맥 접촉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 GDP 9571억달러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 금액으로는 3714억달러에 달한다. 수출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 수출의존도가 11%가량인 우리나라는 의존도가 19%가량인 중국과 17%대인 일본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오바마는 당선인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인터넷을 처음 만든 미국이 인터넷 초강대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인수위는 신뉴딜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초고속통신망 구축, 의료 정보화 등 IT 분야에 총 300억달러를 쏟아붓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이런 분야에 앞선 IT강국을 자임하는 우리나라로선 반길 만한 일이다. 침체한 우리 IT산업계에 오바마정부의 신뉴딜 정책이 새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몫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진수성찬에 숟가락을 함께 놓을지, 잔치 떡의 콩고물 정도로 입맛만 다실지, 아니면 잔칫상 물린 다음에 들어가 ‘닭 쫓던 개’의 신세가 될지 알 수 없다. 오바마정부의 중국 친화 성향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중국, 이에 뒤질세라 분주히 움직이는 일본을 제치려면 우리가 어찌 움직여야 할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정부도 알아서 준비하겠지만 눈에 보이는 ‘액션’이 없다. 기업들만 아등바등 수출을 늘리려 애쓸 뿐이다. 중소기업들은 분명히 기회가 보이지만 거래처를 못 찾아 헤맨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전시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누구에게나 위험 뒤에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잡으려고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