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현지에서 지켜본 오바마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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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행사장 "예스, 위 캔" 열풍

미국현지에서 지켜본 오바마 취임식

 “연설 내용 모든 부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훌륭한 연설가(orator) 없이 살아왔는데 그가 나타났습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돌핀&스완 호텔. IBM 주최로 한 IT 행사(IBM로터스 피어 2009)가 열리고 있다. 마침 오전행사를 끝낸 참석자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나오는 TV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쏟아냈다. 순간 이곳이 워싱턴과 비행대형 소프트웨어 행사장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뻔했다.

 수십개의 인터뷰와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TV가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오바마 연설을 지켜보는 사람이 장사진을 이뤘다.

 그들은 연설의 한 호흡이 끝날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보냈다. 희망을 찾은 듯 눈빛을 반짝거렸다. 경제 파탄의 위기에 몰린 미국인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미국은 집값이 내려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건강보험은 너무나 비싸고 교육은 실패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국가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였다.

 오바마의 위력은 대단했다. 취임 연설 직후 각종 세션에는 “예스”라고 말하는 대신 오바마의 유행어인 “예스, 위 캔(Yes, We can)”이라고 읊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시 할 수 있다는 다짐들이다.

 행사 주체인 IBM이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변방의 기술 ‘웹 2.0’을 흡수하고 스스로 변신하느라 이리저리 뛰는 모습은 또 다른 희망이었다. 전 IT 산업계의 기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IT 기업 종사자 대부분은 오바마를 ‘IT 대통령’으로 인식하며 새 정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헤스 시스코 마케팅 담당은 “오바마가 생각하는 21세기 고속도로가 바로 IT 인프라”라면서 “오바마 정부의 출범은 IT 산업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는 오바마 정부가 건강보험제도(health care system)를 개선하기 위해 IT를 활용한 효율적인 정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서버나 네트워킹 등 IT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6개월간 주식 폭락, 집값 하락, 기업 도산, 인력 감축 등으로 미국은 비틀거리고 신음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날, 미국은 분명히 하나로 뭉쳤다. 미국인이 처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도 이날만큼 미국은 살아 있었다. 대국은 저물 순 있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올랜도(미국)=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