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LG전자·필립스의 합작법인으로 세계 최대 브라운관(CRT) 업체였던 LP디스플레이가 최근 본사를 한국 법인으로 통합 이전했다. 지난 2001년 합작법인으로 공식 출범할 당시 홍콩에 본사를 둔 뒤 8년만의 고향길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독자 생존을 추진하면서, 새 주인 찾기를 통해 CRT를 대체할 태양광 등 신사업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P디스플레이(대표 손정일)는 최근 구조조정 차원에서 홍콩에 소재한 영업 본사를 한국 법인으로 통합 이전했다. LP디스플레이는 과거 지난 2001년 LG전자·필립스 합작법인으로 공식 출범할 당시만해도, 홍콩에 영업 본사를 두고 전세계 사업장에 34개 공장과 3만6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회사였다. 하지만 CRT 시장이 급속히 퇴조하면서 지난 2006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현재 주인인 채권단(해외 은행들)은 지금까지 홍콩 본사와 한국·인도네시아·중국 3개국에 생산 법인만 유지해왔다.
채권단이 이번에 LP디스플레이 본사를 한국으로 옮긴 것은 추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현재 남아있는 해외 사업장들의 독자 생존 및 매각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남아 있는 사업장 가운데 이번에 본사와 통합하게 된 한국 법인의 향후 진로가 가장 큰 관심사다. 한국 법인은 우선 현재 주력인 CRT 사업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데다,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키워 온 태양광 셀 분야에서 무시 못할 역량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실제 전세계 CRT 시장이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는 와중에도 한국 법인은 지난해 환율 등의 영향에 힘입어 5000만달러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서치 관계자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만 없다면 LP디스플레이는 CRT 시장이 존재하는 한 연착륙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빨리 새 주인을 찾아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개발(R&D) 차원에서 준비해 온 태양광 사업도 신규 투자 여력만 확보하면, LP디스플레이는 기존 잉곳 제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셀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구미 사업장내 기존 CRT 라인을 태양광 라인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이미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법인만 떼 놓고 보면 CRT 사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나 신사업 잠재력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현재 채권단이 6월말을 시한으로 여러가지 조건을 놓고 인수 대상자들과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불안한 금융 시장이 문제지만, 한국 법인이 CRT 사업의 실적이나 신규 사업의 가능성 측면에서 유력한 매각 대상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