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개성공단의 동력을 다시 살리자

[통일포럼] 개성공단의 동력을 다시 살리자

 내가 개성공단에 처음 들어간 것은 2003년이었다. 그 당시는 아직 개성공단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가 아니어서 그저 허허벌판에 민둥산이 있는 지역이었다. 출입국 수속이라고 해봤자 컨테이너 하나 두고 그 컨테이너를 통과하면서 북측 입경 수속을 밟았고, 수속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현대아산 관계자에게 개성공단 사업에 관한 사업계획 설명을 들었다.

 개성공단 사업의 전반적인 현황 설명을 듣고 조감도를 보면서 이게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사실 해보았다. 그저 허허벌판뿐인데, 그곳을 공단으로 조성한다는 사업이 실감나지 않던 시기였다. 이후 개성공단 지역을 자주 드나들게 됐다. 여러 가지 사업과 북측과의 협의를 위해서였는데, 갈 때마다 개성공단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가건물이 세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공장터가 조성되고 공장이 속속 들어서게 됐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그 황량했던 개성공단 지역이 지금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개성공단 조성을 위해 우리 근로자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서 북측 근로자의 수가 훨씬 많아졌다. 북측 근로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예전 기억이 난다.

 개성공단 조성 초기 건설현장이다 보니 거친 말이 오가기도 하는데 이에 문제제기도 하고, 일하기보다는 일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관념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남북 협력이 이루어진 것이고 그 결과물이 현재의 개성공단 사업이다.

 개성공단 사업을 진행했던 수많은 사람과 기업은 그 초기의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지금은 웃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사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한다. 북한과의 사업이 처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고 새롭게 만들어져야 했기에 더더욱 힘든 과정을 겪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과정이었다. 개성공단 사업은 비즈니스가 기본이지만 그 속에서 많은 사람이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주춧돌을 놓는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공을 들였던 개성공단이 지금 위기에 빠졌다. 교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형성되고 있고 현대아산 근로자 한 사람은 억류돼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들은 불확실한 환경에 매우 답답해하고 있고 북측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개성공단에서 조성되고 있는 이 위기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남북의 권력이 발생시킨 위기다. 개성공단이 서로 필요함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보다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볼모로 잡고 위기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안하고 답답하다. 그리고 안타깝다. 그러나 이게 남북관계의 현실이고 우리가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갔다. 개성공단의 위기도 그렇게 대응하고 풀어갈 것임을 확신한다.

 먼 훗날 오늘을 되돌아볼 때 가벼운 마음으로 “그땐 참 고생했지…” 하며 소주잔을 들이켤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유완영 유니텍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