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힘 `시민과학` 뜬다

 다양한 희귀 동식물 자료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생명백과사전’ 사이트.
< 다양한 희귀 동식물 자료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생명백과사전’ 사이트.>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외곽에 거주하는 평범한 주부 수지 지라캐런클(33)은 밤마다 도로에 나가 바닥을 살핀다. 멸종 위기에 놓인 서양표범두꺼비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였지만 이제 그녀와 뜻을 같이 하는 20여명의 ‘시민 과학자’들은 위성항법시스템(GPS)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두꺼비에 대한 정보를 수집, 인터넷에 올린다. 최근 이들 정보는 국립남아프리카생물다양성협회의 연구에 적극 활용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한동안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렀던 일명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부터 아이폰까지=시민과학은 2000년 초까지 환경 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학 민주화’ 운동으로 각광받았으나 재정적 지원 부족과 비전문성 등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인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진화 등에 힘입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특히 단지 취미로 희귀 동식물에 대한 사진을 촬영, 업데이트하는 이들이 만든 웹사이트가 과학 연구에는 중요한 정보의 보고로 변신하고 있다.

 ‘생명백과사전(Encyclopedia of Life)’ 사이트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나비와 야생 식물들의 사진이 방대하게 담겨있다. 무려 2000장이 넘는 사진 데이터를 올린 회원도 있다.

 시민 과학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한층 쓸모있게 만들어주는 애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전세계 시민 과학자들이 올리는 동식물 정보와 정보 제공 지역을 결합, 보다 정확한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 제공해 준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 사진 촬영이 가능한 휴대폰이 보급된 것도 시민과학 붐 조성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에 흩어진 환경 파수꾼=과학자들이 시민 과학자들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이들이 물리적으로 수집하기 어려운 지역의 생생한 사진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생태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중요해지면서 전세계에 흩어진 환경 파수꾼의 역할이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지역에 설립된 시민과학 벤처 ‘프로젝트 버드버스트’가 수집한 식물 정보는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미 지역 계절 변화를 입증하는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도 최근 다양한 시민 과학 사이트를 통해 얻은 정보를 과학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들 시민 파수꾼에 대한 지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립과학재단 등이 지난해 미국 내 시민과학 운동에 지원한 금액은 300만달러 이상으로, 이는 2002년에 비해 24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문성·지역적 한계 극복해야=하지만 이같은 시민과학 붐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아마추어적’이라고 지적했다.

 존 머신스키 국제보존협회 이사는 “마치 블로거들이 쏟아내는 뉴스가 모두 정확할 수 없는 것처럼 시민 과학자들이 수집한 정보들도 부정확한 것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현재 대다수 시민 과학자들이 북미와 유럽 지역에 집중된 점도 한계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 포진한 무수한 동식물들이 관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이 협회의 과학 자문가인 콘래드 사비는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시민과학이 양적,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