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열정의 대륙도 불황에 식는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일련의 경제적 변동에 전 세계는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뒤이어 몇 달 동안 각국은 자국의 경제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중 일부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어떤 나라들은 여전히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고 있다.

 남미의 여러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세계의 경제가 서로 얽히고 꼬인만큼 남미도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변국보다 빠르게 안정 찾는 브라질=남미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남미의 대국 브라질은 처음 경제 위기가 일어났을 때 달러 대비 헤알화의 가치가 50%가량 추락했다.

 발 빠르게 구제책을 발표하고 진화에 나선 정부의 정책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브라질은 주변 나라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다.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브라질 경제구조가 자원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생필품 및 공산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원을 지녀서다.

 그러나 국민의 현주소는 편안하지 않다.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 불황 속에서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나 수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직 문제 심화=실업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글로벌 경제 불황은 지엽적인 실업률만을 높인 것이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성장한 나라로의 불법 취업에도 상당히 관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역시 취업문제를 겪게 됨에 따라 불법으로 취업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 이로 인해 실직 문제는 더 심화됐다.

 국경의 중소도시인 포즈 두 이과수를 살펴보자. 이 도시는 오랫동안 공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과수 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과수 폭포 상류로 70여㎞ 내에는 공장 허가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따라서 이과수시는 관광 자원이 주된 수입원이다. 글로벌 경제 불황은 여행자의 감소로 연결됐다. 즉 주된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D 카르도조(48)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이웃 도시인 파라과이의 델 에스테로 건너가 자동차 부속을 구입하곤 했다. 델 에스테가 자유 무역 지대기 때문에 브라질 대비 부품의 가격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무엇보다 달러 대비 헤알화의 가치 하락 때문에 브라질이나 델 에스테나 가격이 비슷한 것이다. 국경을 오가면서 가격 차이가 있는 부품을 구입해 그 차익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카르도조와 같은 영세 상인들은 사실상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디폴트 가능성 속에 큰소리치는 아르헨티나=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에 아르헨티나는 이미 경제 위기 상황에 있었다. 세계의 여러 금융기관에서 아르헨티나는 곧 채무 불이행 국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현재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에 놓였다.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기업들이 떠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페소는 주변 나라들의 통화와는 달리 폭락하지 않았다. 소폭의 하락이 있었지만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탄탄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다른 나라들과 연계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글로벌 경제 불황에 직면했을 때 선방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났다.

 자국 경제 문제가 발등의 불이 돼버린 주변 나라들은 더 이상 아르헨티나에 도움을 줄 여력이 없다. 그 결과 경제 위기가 6개월 정도 지난 현재, 주변 나라들의 통화 가치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데 비해 아르헨티나는 1달러 대비 3.7페소까지 하락했고 지금도 계속 하락 중이다.

 과거 경험했던 천문학적 인플레의 조짐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디폴트의 불안감과 외환 보유고의 감소, 사설 연금제도의 국유화로 인한 불만에 더해 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의 정무 부재와 그에 대한 반발로 인해 아르헨티나 국민은 글로벌 불황과는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남미의 강국으로 부상했던 아르헨티나지만 지금은 허울뿐인 한때의 영광을 갖고 골치 아픈 문제들과 싸우고 있다. 설사 글로벌 경제가 나아진다 하더라도 아르헨티나가 회복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주변국 사이에서 눈치 보는 파라과이=남미의 주요 강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끼어 있는 파라과이의 경제는 주변 나라들의 상황에 몹시 민감하다.

 경제 위기 이후에 브라질로부터 유입되던 상인들이 발길을 끊자 곧바로 불황을 겪고 있다. 단순하게 파라과이 GDP의 60%를 생산한다고 알려진 델 에스테는 매상이 예년 수준의 10% 정도라고 말하는 상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델 에스테시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A씨(37)는 10%는 과장된 수치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우정의 다리를 건너 들어오는 유입량은 예년에 비해 10%가 채 안 된다.

 상당수의 한국인은 수도인 아순시온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들은 생산품의 90% 정도를 델 에스테시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 제품업자들의 일부를 만나봤다.

 B씨는 불황 이전에 델 에스테시로 제품의 90% 이상을 판매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델 에스테시로 들어오는 주문량은 아순시온의 판매량 대비 20%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품업자인 C씨는 “델 에스테의 주문량이 전년도에 비해 반의 반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전자제품을 포함해서 산업 전반에 미친 불황의 여파를 감지할 수 있다.

 주변 나라들과는 달리 이렇다 할 생산품이 없는 영세 국가인 파라과이로서는 주변 나라의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파라과이 국민은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인해 현재까지보다 더욱 고달픈 삶을 이끌어나가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즈 두 이과수(브라질)=박소현 세계와 브라질 블로거> infoiguas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