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역군,전문계고가 다시 뛴다] (7)<끝>좌담회

[산업역군,전문계고가 다시 뛴다] (7)<끝>좌담회

 80년대까지 공업·농업·수산업 등 산업분야에 특화된 기술인재를 배출하며 국가발전을 이끌어 온 전문계고가 흔들리고 있다. 사회의 학벌 중시 분위기로 인해 차별을 받자 전문계고 졸업자들도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전문계고 교육과정도 진학에 맞춰 변해 점점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과 멀어졌다. 실업자는 늘어나지만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원하는 기술인재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특성화 전문계고 육성사업을 내놓았다. 이 사업이 활성화돼 전문계고가 다시 기술인력 배출의 산실로 커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산·학·연·관 전문가로부터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나승일 서울대 교수)=전문계고의 중소기업 맞춤형 인력양성 현황을 짚어 보고, 기업·학교·정책 측면에 대해 다뤄야할 내용을 논의해 보자. 기업 입장에서 전문계고를 포함해 중기에 맞는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고 보는지 말해 달라.

 ◇김광연(한국델켐 이사)=80년대에 기계공고를 다녔는데, 당시 교육과정은 산업체와 직접 연계돼 있었다. 당시 기술 트렌드는 기능공이 필요했고, 전문계고는 기능공 양성에 온 힘을 써왔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체가 완전히 변했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졌는데, 학교는 기업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우(특성화고 전국교사협의회장)=과거와 가장 달라진 것은 대학 선호다. 작년에 전문계고 졸업생 15만8000명 중 72%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가 취업했다. 산업계가 원하는 맞춤인력을 생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교육과정이 대입 위주로 바뀌었고 실제로 산업체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

 ◇강경종(한국직업능력개발원 신성장인재연구실장)=학생을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 3D 업종을 기피하고 화이트칼라를 선호한다. IMF 이후 정부에서 산학연계 인력양성 사업을 벌였지만 진학·학력거품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교사의 산업체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지고, 산업체도 교육기관에 원하는 인재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조종래(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장)=학교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문제를 짚어 보면 사회적으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실업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이런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산학협력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학교·산업체·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김광연=기업이 학교에 도움을 받을 부분은 실무능력과 직원을 받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이익을 창출하느냐다. 또 하나는 인성교육이다. 직장 이해, 기업 이해, 직장 에티켓 부분을 한 꼭지로 모아주면 된다. 이 부분은 기업 전문가를 이용해 소화할 수 있다. 실무능력도 중요하다. 학교는 산업 분야를 조사하고 직무를 분석해 커리큘럼을 편성해야 한다. 또 커리큘럼에 맞는 교사를 확보하고 교사 연수도 실시해야 한다.

 ◇조종래=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교육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기업의 모임인 조합이나 단체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창우=결국 기업과 학교가 서로 윈윈해야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진다. 그렇지만 기업도 당장의 이윤보다 사회 환원 측면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대기업이 대학에 건물을 지어 주듯 전문계고를 지원해 줬으면 한다. 건물 지어 주고 취업시켜 달라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와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사회=이번에는 학교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해 보자.

 ◇강경종=중기 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해선 실무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교사들이 업체에서 연수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현재 교사 연수가 많지만 대부분 획일적이다.

 ◇이창우=졸업생 직무 분석을 계속 해오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지 분석하고 그것을 교육과정에 담아 내고 있다. 산업체 전문가에게 교육과정을 개방하고 더 필요한 것 등을 자문받는다. 이 자문을 통해 교과과정을 수시로 개편·보완하고 있다.

 ◇사회=기업·학교·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다.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해 달라.

 ◇김광연=전문계고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또 전문계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환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전문계고를 통해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 자원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전문계고는 더 역할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런 점이 공유됐으면 좋겠다.

 ◇강경종=중기 맞춤형 인력양성이 제대로 되려면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중간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업체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직업관도 심어줘야 한다.

 ◇사회=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학교만 해서도 안된다. 산업체와 정부가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현재 인력양성 시스템을 좀 더 현장에 맞게 변화시켜야 하고 정부 등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또 전문계고 지원에 있어 고졸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국한하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시작은 고졸이지만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핵심인력으로 커 나갈 수 있는 통로라는 점을 염두에 둬 적극 지원했으면 한다.

  정리=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