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의 총성이 멎은 후, 승자의 여유로운 웃음이 2분기 실적에서 나타났다. 공적자금 수혈과 ‘진영’을 구축해 ‘한국 메모리’를 공격해 오던 해외 반도체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은 적자 지속 또는 확대로 결말이 났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각각 흑자전환과 적자축소로 승자의 여유를 만끽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2분기 성적표는 지난했던 ‘치킨게임’의 종료를 뜻한다. 이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심판의 판정과 같다. 이 판정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말한다. ‘수율’과 ‘가격’이라는 치열한 싸움에서 ‘일대다’가 붙어 승리한 결과여서 더욱 뜻깊다.
대만의 난야는 1분기 영업 손실 317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2분기 영업손실만 2500억원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워칩은 1분기에 이어 14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본의 엘피다 역시 지난 4∼6월 사이 576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마이크론도 2분기 3067억원을 기록,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물론 국내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도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적자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점차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시기에 흑자 전환해 ‘코리안 메모리’의 시장 지배력을 한껏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약진은 부단한 기술개발 노력의 덕분이다. 경쟁업체보다 먼저 시장을 점령해 가격을 지배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다. 또 하나 한국의 대표산업으로서 정부와 기업,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과 지원,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충분히 승리의 축포를 쏘아올려 자축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영원지속 가능한 반도체 산업이 되기 위해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