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 `영상자료원` 가보니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전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먼저 손상되거나 더러워진 필름을 화학약품 등으로 복원하고 세척한 후, 필름의 화면을 디지털 영상화하고 음성을 디지털화 한다. 먼지 제거나 색보정 작업을 거쳐 디지털 테이프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복원작업이 완료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전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먼저 손상되거나 더러워진 필름을 화학약품 등으로 복원하고 세척한 후, 필름의 화면을 디지털 영상화하고 음성을 디지털화 한다. 먼지 제거나 색보정 작업을 거쳐 디지털 테이프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복원작업이 완료된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과거 신부의 검열로 삭제해야만 했던 키스 장면만을 따로 모아 어른이 된 토토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긴다. 자칫하면 휴지통에 버려질 뻔 했던 영화 속 장면들은 알프레도에 의해 살뜰하게 보존돼 토토에게 애수를 불러일으킨다.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은 사람들의 추억이 서린 영화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볼 수 있게끔 훼손된 필름을 매끄럽게 재가공하는 일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복원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수 개월.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은 영화를 한 편 찍는 것 이상의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상암동 문화컨텐츠센터 한국영상자료원 2층에 위치한 디지털·아날로그 복원실.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의 중추인 이 곳에 들어가기 전 장광헌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장은 복원실 신발부터 갈아신기를 권했다. 신에 묻은 흙이나 먼지가 복원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키 높이로 쌓여 있는 필름. ‘접근주의’ 표지가 붙은 기계들. 복원실보다는 실험실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에서 한 여성 연구원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필름을 한 컷 한 컷씩 살피고 있었다.

 복원의 가장 첫 단계인 ‘필름 점검’. 필름의 수축 정도. 손상된 부분 등을 낱낱이 검사해 복원할 부분을 확인하고 간단한 사전 보수를 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친 필름은 손상 정도에 따라 물 또는 화학약품으로 세척된다. 깨끗해진 필름은 본격적인 복원 작업을 위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디지털 스캔’ 과정에 들어간다.

 디지털 복원실에서는 디지털 파일로 된 영화를 한 프레임씩 살피며 손상된 부분을 일일이 색보정·흔들림 보정 등을 통해 원본에 가깝게 살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작업은 영상자료원뿐만 아니라 부산에 위치한 영상후반전문업체인 에이지웍스 등 민간업체에 의뢰해서 진행한다. 100분 분량의 영화 한 편이 약 15만 프레임에 해당되는데 영상자료원의 인력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수작업을 거친 고전영화는 필름과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한국영상자료원의 필름보관고와 디지털아카이브에 각각 보존된다.

 장광헌 센터장은 “디지털 장비와 디지털 파일을 이용하지만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사람들의 눈썰미와 손길”이라고 말한다. 실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일하는 총 4명의 복원 전문가들 역시 평균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일반인들이 웬만해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먼지나 흠집을 순식간에 찾아낼 정도인 이들의 손에서 김기영 감독의 ‘하녀’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과 같이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한국 고전영화들이 디지털로 복원돼 칸 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에서 당당히 상영될 수 있었다.

 2007년 첫 디지털 복원 이후 5편의 소실 위기의 고전영화를 디지털화에 성공한 영상자료원은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할 이만희 감독의 60년대 작품 복원도 준비 중이다.

 장광헌 센터장은 “디지털 복원은 단순히 영상 보존을 잘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활성화를 할 수 있는 기반 산업”이라며 “우리 복원 기술력이 독일·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 만큼 기업과 국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