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ase Study-중외제약 ERP 시스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중외제약 통합 정보시스템 구성도

 요즘 제약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정부의 약값인하정책과 규제강화,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진출 등으로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GMP규제 강화와 한미FTA 체결, M&A를 통한 시장재편 등 시장 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중외제약은 이런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업무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부 모듈만 도입한 것이 아니라 SAP 코어 모듈 대부분을 도입했다. 프로젝트 규모는 30억원 정도로, 이는 중외제약 창사 이래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의 IT 투자다.

 중외제약의 ERP 도입은 2005년 충남 당진에 친환경 수액제(링거액) 생산 공장을 지을 때부터 논의돼온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검토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도입 결정이 난 뒤로는 프로젝트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제약 특화된 개발 방법론 적용=중외제약은 올해 3월 초 ERP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 8월 초 시스템을 오픈했다. 일반적으로 제약 업계의 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1년 정도의 개발 기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절반이 채 안 걸린 것이다. 중외제약측은 ERP 구축에 앞서 사전 정보전략계획(ISP) 작업을 추진하는 등 충분한 사전 준비가 이뤄졌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이른 시일 내 완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이들은 모듈마다 현업과 IT인원을 적절히 혼합해 만든 TF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최대한 빠르게 업무를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제약 산업에 맞는 최적의 개발방법론을 적용한 것이 프로젝트 기간을 단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외제약의 ERP 프로젝트를 담당한 중외정보기술 프로젝트사업부 허운학 부장은 “개발 5개월, 안정화단계 2개월 총 7개월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며 “제약 업무 프로세스에 특화된 개발 방법론을 바탕으로 ERP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외제약의 프로젝트 기간이 짧았다고 해서 시스템 구축 작업 자체가 단순했던 것은 아니다. 중외제약은 제약 산업의 각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생산계획시스템(APS), 품질관리시스템(LIMS), 창고관리시스템(WMS) 등 공장 자동화 시스템 구축도 ERP 시스템 구축과 함께 동시에 진행했다. 시스템별 구축 업체도 달랐다. MES는 이엠티정보, APS는 아스프로바, LIMS는 인터페이스정보기술, WMS는 신흥정보기술이 담당했다.

 허 부장은 “각 시스템간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는 과정과 인터페이스를 통한 정보전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와 함께 컴퓨터시스템벨리데이션(CSV) 작업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중외제약은 ERP 시스템과 함께 생산관리 관련 시스템들도 함께 개발한 만큼 테스트 작업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시스템별 단위 테스트는 물론이고 통합 테스트 작업을 3번에 걸쳐 전사적으로 진행했다.

 ◇업무 효율성 70% 이상 증대=중외제약이 ERP를 운용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아직 구축 효과를 정량화하기는 이르지만 벌써 많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15일 정도 소요되던 결산리드타임이 5일로 단축되고, 영업사원 성과 평가도 15일에서 2일로 대폭 줄었다. 사업계획수립 일정도 단축됐고, 생산계획의 정확도 향상에 따라 품절일수도 줄어들었다.

 허 부장은 “ERP 도입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체 개발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ERP 시스템이 타 시스템과도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70% 이상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외제약은 매출과 손익, 재고현황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중외제약은 ERP 구축과 동시에 별도의 시스템을 추가 개발했다. 보안상 ERP의 인사관리(HR) 모듈에는 직원들의 접근이 제한된다. 이에 중외제약은 각종 인사제도와 근태관리, 급여와 상여 조회, 연말정산 등을 관리할 수 있는 ESS(Employee Self System)를 별도로 개발했다. 현재 ERP의 각 모듈에서 발생된 데이터를 분석해 경영진이 볼 수 있는 임원정보시스템(EIS)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오는 10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허 부장은 “인사평가 시스템과 직원들의 교육과 역량을 관리할 수 있는 전자인적자원개발(e-HRD) 솔루션도 구축할 예정”이라며 “다각적인 시스템 보완과 추가 구축을 통해 사용자가 쉽게 원하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외제약은 향후 정보시스템 고도화 작업의 일환으로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과 데이터웨어하우스(DW)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중외정보기술 프로젝트사업부 허운학 부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공장 자동화 프로젝트와 동시에 추진한 만큼 시스템의 연결과 통합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위해 주간회의뿐 아니라 이슈회의를 상시로 진행해 문제를 해결했다. 또 영업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부분과 예산 체계를 본부 단위에서 팀 단위로 전환하면서 예산배분 기준을 바꾸는 작업 등에서 현업과 이견을 조율하는 문제도 쉽지 않았다.

 -변화관리는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사내 그룹웨어와 사보를 통해 프로젝트의 목적과 내용, 진행내역 등을 계속 공유함으로써 관심을 이끌어냈다. 주요 산출물에 대해서는 각 모듈별 담당자가 반드시 현업을 이해시키고 확인을 받고 다음 단계를 추진토록 했다. 또 임원, 부서장, 파워유저, 현업으로 교육 대상을 분류해 맞춤 교육을 실시했다. 헬프데스크 시스템도 현재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고도화 프로젝트 추진 계획은.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차 고도화 사업으로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과 EDMS 등을 내년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외에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이다. 제약 산업도 기존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감성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판단, 캠페인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유사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글로벌 패키지라고 해서 꼭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문화와 조직원들의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또 ERP 도입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범위, 그리고 ERP 도입을 통한 얻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야지만 전 직원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